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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세기 무렵에 중세 유럽에서 끈 인기를 끌며 활발히 제작되었던 ‘동물지(Bestiarium)’를 최초로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라틴어로 중세 동물지를 나타내는 ‘베스티아리움’이라는 말은 ‘동물’을 가리키는 ‘베스티아(bestia)’에서 비롯된 것으로 ‘동물에 관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영어에서는 ‘베스티아리(Bestiary)’, 프랑스어에서는 ‘베스티에르(Bestiaire)’라고 부른다.
동물지 문헌들은 10세기 무렵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해서 12~13세기에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활발히 제작되고 보급되었다. 그러다 15세기 이후부터 점차 쇠퇴하였는데, 그 사이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프랑스어ㆍ앵글로색슨어ㆍ앵글로노르만어ㆍ독일어ㆍ네덜란드어ㆍ베네치아어ㆍ토스카나어ㆍ카탈로니아어ㆍ갈리시아어 등 다양한 속어로도 번역되었다.
중세 동물지에는 동물들의 다양한 특성들이 신앙이나 도덕, 인생의 교훈과 상징적으로 묶여 있다. 그리고 중세의 설교ㆍ조각ㆍ속담ㆍ도장ㆍ문장ㆍ우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어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폭넓게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중세 동물지에 대한 연구는 중세의 동물 상징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며, 중세인의 신앙과 가치관, 풍속과 상식 등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동물지 안에는 중세 교회의 이데올로기ㆍ중세 유럽 사회의 민속과 상식 등이 생생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