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누군가 나를 부른다 - 전민 에세이
누군가 나를 부른다
  • ISBN
    979-11-90629-01-0 (03810)
  • 저자
    지은이: 전민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227 p. / 140*200 / 한국어
  • 가격정보
    13,000원
  • 발행(예정)일
    2020.03.18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에세이문학출판부
  • 키워드
    전민 에세이;누군가 나를 부른다;에세이문학출판부;수필;에세이문학;한국수필문학진흥회
  • DOI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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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꽃이 예쁜 줄 몰랐다. 반짝이는 것들에 마음이 더 쏠렸다. 이제 나는 그런 되알진 것들에 홀리지 않는다. 순하고 연약한 것들이 주는 평화, 거기에 알짜 아름다움이 있다는 생각에 이르러서다. 비로소 꽃이 왜 예쁜지 알았다고나 할까.예기치 못한 행운으로 두 번째 수필집을 내게 되었다. 사는 게 헛헛하거나 불안이 서성일 때, 사람들 숲에서도 외로움이 가득할 때 흘러나온 음률이다.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목쉰 소리를 내기도 했다. 모두 내 안에서 나온 시니피앙, 시니피에다. 지나간 시간으로 피어난 것들이니 기꺼이 품으려 한다. 너댓 편은 전작에서 업어 왔다는 걸 밝힌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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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어떤 기도‥11헌책방 소요‥16기다리지 않아도 저녁은 온다‥22줌마니들, 볼튜?‥27내게로 온 사방탁자‥34저도동백‥39누군가 나를 부른다‥44누가 울고 간다‥49봄의 귀환‥54나, 이런 사람이야‥612부문제가 이상해‥69클래食‥75겨울 한강에서‥79신인류 시대의 맹꽁이‥83그가 남긴 유산‥88물구나무를 서는 여자‥92나의 으뜸지기‥98촛불 켜는 밤‥103찬가‥105지 얘기 즘 들어 볼튜?‥1113부고흐의 계절‥123그때 나는‥129꿈작사의 추억‥134삶은 천천히 태어난다‥139다시 길상사에서‥144반짝이는 시간‥149모를 권리‥154환멸을 느끼게 한 죄‥157눈 내리는 창가에서‥161은하수 온천‥1664부우리 동네‥175사라진 성탄카드‥180산다는 것은‥185모자와 나‥192무심의 그릇‥197그대 잘 가라‥202작은 숲‥208담, 시간을 쌓다‥214더위 사냥‥218빛으로 온 새‥222
판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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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 에세이누군가나를부른다초판 인쇄 2020년 3월 4일초판 발행 2020년 3월 13일지은이 전민펴낸이 이상규편 집 원정란·이혜연·김경희펴낸곳 에세이문학출판부출판등록 2006년 9월 4일 제300-2006-00121호주소 우)03134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10길 9, 405호(온녕빌딩)전화 02)747~3508·3509 팩스 02)3675~4528이메일 : essaypark@hanmail.netⒸ 2020 전민값 13,000원ISBN 978-89-93205-01-0 03810*저자와 합의하에 인지는 생략합니다.*잘못된 책은 바꿔드립니다.*이 책은 2018년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발간되었습니다.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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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본명 田晟順)충남 당진에서 나고 자랐다. 열아홉 살 되던 해부터 서울에 섞여 살며 가끔 성북동 ‘길상사’로 가 마음을 씻는다. 2005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했고, 2014년 수필집 《낮은 음계로》를 냈다. 맥심 동서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에세이문학》 편집위원을 했다. 현재 ‘북촌시사’, ‘담쟁이’를 비롯한 서너 곳에서 동인 활동을 한다.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e-mail: jsslne@hanmail.net
요약.본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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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도사회 초년생 아들의 와이셔츠를 다린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구김이 간 곳을 골고루 펴 누른다. 약해진 팔목에 압박붕대를 감고, 옷 주인의 앞날이 활주로처럼 좍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일주일 동안 입을 색색의 와이셔츠를 다리며 지난날의 아픔을 녹여버린다.................................아침이 오는 게 두렵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몇 번인가 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슬픔과 외로움에 갇혀보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만 컴컴한 동굴에서 벗어나기까지 어지간히 버둥거렸다. 어둠과 빛은 사람을 단련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라 했던가. 풋콩 같던 내가 조금이라도 된장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면 그런 삶의 오지에서 견뎌낸 짜디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친 일상, 그 후 남편의 빛나는 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지만 이렇게나마 탈없이 살아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와이셔츠는 화이트칼라의 상징이다. 예전에는 빨랫줄에서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 옷이 신분의 척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가끔 곤죽이 되어 들어온 아들은 하루의 무게가 버거웠는지 옭아맸던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풀어 구석에 집어던지곤 한다. 녀석은 알까? 셔츠와 타이가 목을 비끄러매고 있을 때가 남자의 황금기라는 것을. 구속이 오히려 자유가 된다는 것을.여름에 다림질하는 것은 고역이다. 그러나 나는 즐거움으로 여긴다. 형편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살얼음 강을 건너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안도의 숨결이라고나 할까. 누군가 그랬다. 세월은 쌓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고. 고난을 통해 눈물의 짠맛을 알고 깨달음 한 조각 얻었으면 그 또한 가치 있는 시간이려니.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마당에 취업문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다리미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앞판을 다리며 기운차게 세상의 바다로 나가 고래와 함께 춤을 추라고 염원한다. 등판을 다리며 파도를 즐기면서 열정과 패기를 사르라 응원한다. 와이셔츠의 생명이자 꽃이랄 수 있는 소매 끝과 깃을 다릴 때면 내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 소매 주름을 빳빳이 세우며 뜻을 품고 나아가되 새우나 정어리 같은 작은 것들에게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 되라는 주문을 한다. 그러고 보면 내게 와이셔츠를 다리는 일은 어쩌면 기도인지도 모르겠다.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그 기도에 힘을 싣는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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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이 튼튼치 못한 내 삶에 수필이란 길동무가 없었다면 얼마나 푸석했을까. 좁고 아마득하고 구불텅한 여정에서 만난 문자의 향연. 그로 인해 숨결을 고르고 박자를 맞추며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세찬 바람이 심술을 부리고 희롱해도 뚜벅뚜벅 걸을 수 있었다. 아직 다 부르지 못한 노래는 남겨두고, 새로 피어난 꽃들에 눈을 맞춘다. 모나면 모난 대로, 둥글면 둥근 대로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시간에 고개 숙인다. 어느 문장 하나라도 독자의 마음속에 들어가 울림을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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