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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신(神)을 만나볼 것이다 나는 스스로 아웃 사이더를 자처한다. 생래적으로 중심에 서기에는 부끄럽고 부족함에 늘상 뒷자리에서 편함을 느끼는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치고 나가기 위한 마라톤은 끝까지 뒷심을 필요로 하는 바, 결코 앞에서 오만으로 달리지 않는다. 내 시 쓰기의 고백은 그렇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없이 오로지 머리 숙이고 앞으로 달리는 임무는 내가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등정의 막바지를 바라보는 느낌을 갖는 가파른 숨결이 날마다 이어진다. 언젠가 종점은 내 앞에 숙명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까지 마지막 여백을 채우는 임무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그리하여 높은 등정(登頂)에 올라 시의 신을 만나볼 것이다. 지금까지 5886m쯤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