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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이 엮고 그린나래 회원들이 그림을 그린 <백석과 함께하는 남․북한 시인 17인〉은 ‘바다’의 비밀을 공유한 옛 시인들의 시 100여 편을 ‘나를 울린 짧은 시(詩) 100편’이라는 부제 아래 묶어 시인별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09년부터 백석시를 연구해온 엮은이는 백석과 김영랑, 이육사의 몇몇 작품의 해석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 일제 검경의 검열과 탄압 속에서 올곧은 노래를 부르기 위한 방도로 영랑 김윤식을 중심으로 여러 시인들이 모여 ‘바다는 바흐다’라는 비밀을 공모(共謀)했다고 전제한다.
엮은이는 ‘바다’와 ‘모란(某蘭)’에 대한 시를 쓴 시인 열여덟 명(백석, 김윤식, 신석정, 정지용, 오장환, 김기림, 김동명, 이용악, 임화, 노천명, 이육사, 장만영, 김광균, 김광섭, 유치환, 박두진, 김윤성, 전봉건)의 대표 작품을 한 권의 ‘집’에 담아, 각 시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말과 같이 소개한다.
엮은이는 남한에서 생존하여 최근까지 활동한 신석정, 전봉건, 박두진, 김윤성 네 명의 “물고(物故) 시인들은 ‘바다’의 비밀을 가슴에 꽁꽁 감초인 채 저물어 가는 생의 나날을 조바심과 초조함 속에”, 시인 박인환의 표현처럼 “압박의 병균에 몸을 좀먹혀” 살았을 것이라 추정하면서, 그들 중 세 사람이 ‘돌’을 소재로 시를 쓴 것은 다 이러한 사정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2018년 7월까지 백석시의 음악적 비밀을 연구하는 시모임 ‘백석과 노흘다’를 총 84회 진행한 엮은이가 압축하여 정리한 16쪽 분량의 권말 해제 글 ‘바다는 누가 흘린 눈물인가’는 반다 란도프스카에 의해 다시 태어난 바흐(J. S. Bach)의 음악과 아나키스트 예술론의 거봉 랭보(A. Rimbaud)가 조선의 옛 시인들에게 어떻게 꿈을 제시하고 그들의 눈물을 씻어주게 되었는지 그 지리할 정도로 기나긴 여정을 일람(一覽)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