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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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발표한 수필들 중 몇편을 엮어 수필 선집을 내기로 용기를 냈다. 선한 수필이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독자라도 공감하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에 실은 작품은 그간 출간한 수필집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 즐거운 삶》, 《행복한 삶 지혜로운 삶》에서 선별한 것이다. 독자가 주는 격려와 용기가 수필 작품을 쓰는 데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찾아 여유롭게 삶의 여정을 이어 가길 바란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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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지혜로운 삶여명餘命 / 점멸신호등/ 마음의 열쇠/ 괜찮아/ 옷 벗기/ 차선 / 한훤당 어록석/ 상식 밖의 시간/ 풋감제2부 여유로운 삶훈수/ 집이 헐린다/ 골목 입구 구두 가게/ 스스로 터득한 지혜/ 목수의 그림/ 말의 힘/ 아름다운 배려/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제3부 아름다운 삶속진의 무게를 느낀 하루/ 소록도의 애화와 비원/ 초대장/ 순수함은 아름답다/ 짧은 만남, 긴 여운/연길, 백두산 그리고 두만강/ 공空 그리고 무無/ 금산재제4부 즐거운 삶그들이 고맙다/ 나이 먹음에 대한 원망/ 팔공산 봄 편지/ 구겨진 구두/ 쪼다, 뚱딴지/ 밤 기차/존재에 대한 습관적 이해/ 방귀 뻥뻥 뀌고 똥 잘 누고제5부 행복한 삶생애 가장 길었던 전화/ 내당동 할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 영정과의 약속/ 아버지의 기일/ 아내의 국민포장/ 나의 살던 고향은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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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영남대학교, 동 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경북교육청 중등학교 교사를 거쳐 교감으로 정년퇴직했다. 대구수필문예대학에서 수필 쓰기를 공부했으며, 《문예한국》 신인상으로 등단하면서 수필가의 길을 걸어왔다. ‘수분守分’이 가훈이다. ‘분수分數’에 맞게 ‘본분本分’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세상을 아름답고, 즐겁고, 지혜롭고, 여유롭게 살고, 그 속에서 행복한 삶을 찾고 싶다. 이런 삶을 위해 가슴에 사랑을 채우는 노력을 계속할 작정이다.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 즐거운 삶》. 《행복한 삶 지혜로운 삶》이란 세 권의 수필집을 상재하는 만용도 불려봤다. 《행복한 삶 지혜로운 삶》은 2017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세종도서문학나눔에 선정되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수필미학문학회 회원. 영남수필문학회 회장(역), 대구수필가협회, 일일문학회 부회장(역). 대구수필문예회 고문. 국제펜대구지역위원회 이사. 대구수필문예대학 학장. 대구광역시립두류도서관 수필창작반 강사로 활동하며 수필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약.본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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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친구 박○○을 만났다. 그는 나와 초·중학교 동기생이다. 나는 교육공무원으로, 그는 행정공무원으로 정년퇴직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희고, 성공한 사람처럼 부티가 났다. 요즈음은 만년 백수가 되어 바쁜 것이 없어 좋다면서 여유롭게 웃는다.창을 통해 멀리 보이는 산에는 신록이 연둣빛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다. 풍경이 싱그럽다. 식사하며 몇 잔의 약주가 오갔다. 대화는 초·중학교 시절의 추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나간 시간은 왜 그렇게 아름다운지. 꿈속에서 헤매듯 처음과 끝이 분명한 것이 없다. 그래도 서로의 과거사에 이의를 달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곱씹는 것으로도 즐겁다.화제는 돌고 돌아 현실 세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친구와 나는 확실하게 잘 알지도 못하는 지식을 바탕으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전반에 걸쳐 좋고 나쁨을 평한다. 둘이 의견 일치가 될 때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애국자가 되기도 하고, 의견이 대립할 때는 서로 상대를 설득하거나 비난하면서 열을 올린다. 옆 좌석 손님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야릇한 표정으로 웃는다.불쑥 친구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들어보란다. 자기의 생활철학이라나. 그는 독서광이다. 칠십이 된 나이에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기 싫어하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잔꾀 부리거나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알랑거리지 않았다. 차분한 성격으로 주어진 일에 빈틈이 없어 주위 사람에게 신망이 두텁다. 나 역시 친구에 대한 믿음이 깊다. 친구의 삶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그의 철학이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해 기대를 했다.“좋아하지 않는 사람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못된 사람은 깊이 사귈 필요도 없지만 만나볼 필요도 없다.”“의리 없는 인간은 상종할 필요가 없다.”“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 일분 일초도 생각하지 마라.”“영 밥맛없는 사람에겐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헤어져라.”“꼴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만나도 되고,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서 좋아하는 일 하고 사는 것이 편하다.”듣고 보니 친구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자기는 여생을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며 환하게 웃는다. 나도 따라 웃으며 맞장구쳤다. 좋은 생각이라고….시간이 지날수록 친구 말에 의문이 든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 ‘못된 사람’, ‘의리 없는 인간’, ‘싫어하는 사람’, ‘밥맛없는 사람’,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어디에 기준을 두고 정해야 할까? 너무 주관적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판단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미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피해를 본 상태가 아닐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