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물결무늬 종소리 - 그림나무 2019
물결무늬 종소리
  • ISBN
    979-11-88048-37-3 (03810)
  • 저자
    지은이: 그림나무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200 p. / 125*205 / 한국어
  • 가격정보
    15,000원
  • 발행(예정)일
    2019.11.25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책펴냄열린시
  • 키워드
    그림나무 ; 시창작; 엔솔로지
  • DOI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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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1집 『그림나무 詩』를 창간호로 시작하여 제2집 『안경을 닦다』. 제3집 『길없는 숲 여기저기』 제4집 『움직이는 섬』 제5집 『당신을 읽는다』에 이어 2019년 제6집 『물결무늬 종소리』를 발간하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함께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함께 모여 공부하며 설레임으로 귀를 열었습니다. 혼자 가려면 빨리 가지만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하며 혼자 치열하게 쓰는 것이지만 그 길에서 만난 문우는 향기로운 들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에 따뜻한 손길을 나누어 주는 도반들이 있어 외롭지 않게 일년을 보냈습니다.여기 작품들은 그림나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시간들이 시로 승화된 소중한 글의 곳간입니다 풍성하고 자랑스럽습니다.살아온 삶과 지금 우리의 곁에 머무는 모든 것에 시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시에 맞는 언어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많이도 고심해 왔듯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정확하게 들추어낼 언어 찾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공감이 가는 좋은 시를 적기 위해 삶에 더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를 소환해 추억하는 것에서 벗어나 눈부신 사유안에서 미래를 채굴하면 어떨까합니다.이번 작품집을 발간으로 회원 상호간의 유대 관계가 더욱더 돈독해지고 더 발전하는 그림나무가 되기를 바랍니다.초대 시에 기꺼이 옥고를 보내주신 공광규, 신미균, 안 민, 이사철, 최은묵, 최정란 시인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시와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림나무가 되겠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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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06앞머리에・04초대 시인공광규/ 부루섬 애가 외 1편…10신미균/ 삼각관계 외 1편…12최정란/ 은행나무는 온 몸이 갯벌이다 외 1편…14최은묵/ Dear X 외 1편…18안 민/ 언 외 1편…10이사철/ 묵언귀로 외 1편…10회 원명은애/ 시계 외 2편…28송만영/ 택배를 받고 외 2편…31조정이/ 흔들림에 대하여 외 2편…34김새록/ 까치 건망증 외 2편…37김원용/ 있을 뿐 외 2편…40김정숙/ 스웨터를 뜨다 외 2편…43임희자/ 하늘을 속인다 외 2편…47박무섭/ 서생리 왜성 외 2편…51성창경/ 우수, 우수 외 2편…55손삼현/ 포도 속으로 외 2편…59박정숙/ 즐거운 스트레스 외 2편…62김순여/ 굽은 등 외 2편…65배영대/ 지리산 종주 외 2편…68노장현/ 비슬산 외 2편…74정경화/ 어둠 외 2편…77최선희/ 흰 외 2편…82박용찬/ 환승역 외 2편…85이효순/ 풀꽃 편지 외 2편…90김지영/ 나비, 품으로 날다 외 2편…94이호원/ 다시 아침이슬 외 2편…98조현숙/ 느린 편지 외 2편…103정정순/ 나의 길 외 2편…106류정운/ 낯선 들판 외 2편…109박영희/ 눈 외 2편…114정명지/ 꿈꾸는 나무 외 2편…118박윤자/ 비를 맞다 외 2편…28이남훈/ 벽화 외 2편…125신진련/ 수국 외 2편…129민정원/ 사막에서 외 2편…28강혜선/ 화창한 날에 비를 맞았다 외 2편…136유미화/ 수신자는 부재 중 외 2편…140김주현/ 굽은 나무 외 2편…143박재곤/ 바람이 부는 이유 외 2편…147김 현/ 모자를 쓰다 외 2편…151김경숙/ 배꼽 외 2편…155김병욱/ 꽃은 피고 지고 외 2편…162노정숙/ 템플스테이 외 2편…162정지윤/ 휘묻이 외 2편…165박호선/ 불면 앞에서 외 2편…170최옥희/ 장화 신은 사슴 외 2편…173최난경/ 외로운 풍경화 외 2편…177염계자/ 털모자를 쓰다 외 2편…181강영환/ 편파적인 시 읽기…185회원동정…198편집후기…200
판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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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2019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그림나무 6물결무늬 종소리지은이 그림나무펴낸이 최명자펴낸곳 책펴냄열린시주소 48932 부산광역시 중구 동광길 11, 203호전화 010 4212 3648출판등록번호 제1999-000002호출판등록일 1991년 2월 4일인쇄일 2019년 11월 22일발행일 2019년 11월 25일©신진련 외, 2019. Busan Korea값 15,000원ISBN 979-11-88048-37-3 03810•저자와 협의하여 인지를 붙이지 않습니다.•잘 못된 책은 바꿔 드립니다.•이 책의 내용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저자 및 출판사의 동의없이 사용하지 못합니다.
요약.본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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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섬 애가 외 1편공 광 규낭까나무 그늘 아래서바다로 가는 강물을 바라보네사구나무 잎 푸른 비옷과빈랑잎 모자를 쓰고나는 도쿄로 공부하러 떠났던자바 출신 소녀일본놈에 속아 배를 탔는데산속에 버려졌네낮에는 땅을 파고산열매 찾아다니고밤에는 부모 생각친구 생각으로 새벽을 맞았네지금은 이미 늙었고고향에서는 잊혀진 소녀자바는 너무 멀리 있어죽어서나 구름 되어 고향에 가리가을 텃밭에 내리는 비간판이 가을처럼 낡은교회 텃밭가을비는 와서노란 돼지꽃잎에호박꽃잎에 물방울을 만드네빨간 열매를 매단시들어가는 고춧잎 위에도파란 배춧잎에도가을비는 와서고추는 빨갛고 배추는 파랗고공광규/ 1986년 월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파주에게』 등과 산문집 『맑은 슬픔』 등삼각관계 외 1편신 미 균계단을 내려가던앞 사람이가랑잎 속에 있던지렁이를 밟았다반쯤 뭉개진지렁이가몸을 비틀며 뒹굴고 있다앞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고모퉁이를 돌아가보이지도 않는데지렁이를 밟지도 않은내가미안해서 쩔쩔매고 있다업수족관 속에서지금우럭이살아 있는 건방금 전농어가 대신죽었기 때문신미균/서울교육대학교 졸업. 1996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맨홀과 토마토케첩』 『웃는 나무』 『웃기는 짬뽕』은행나무는 온 몸이 갯벌이다 외 1편최 정 란은행나무가 제 몸에 새겨진 시간의 물결무늬를 보여준다달을 향해 울던 푸른 늑대들 울음소리가 새겨진 나무 아래시간에 휩쓸려 떠내려간 아름다운 날들파도와 물결무늬를 남기고 떠나가는 삶의 바다저 나무에게도 앞서거니 뒤서거니같은 바다를 향해 걸어가던 때가 있을 것이라고밀물보다 먼저 돌아와야 살 수 있다고바다에 등 돌린 때가 있을 것이라고발이 푹푹 빠지는 시간의 갯벌을 엎어지고 자빠지며진흙늑대가 되어 간신히 빠져나온 때가 있을 것이라고살았구나, 숨을 헐떡이며 눈만 빼꼼 드러낸 채로오래 물 들어온 바다를 바라보던 때가 있을 것이라고언제 거기 갯벌이 있었느냐는 듯시침 떼며 출렁이는 바다를 원망하던 분화구가 있을 것이라고화석이라 불리며 황홀하게 빛나는 무덤 산산조각 매달고견디고 견디고 또 견디는 것이라고삶은 파도와 갯벌로 이루어져 있어한 자리에 고요히 서 있어도 밀물과 썰물이 다녀가는 것이라고뿌리까지 뽑아가는 해일이 닥치는 것이라고물 들어오는 시간을 놓쳐 파도에 허우적대는 삶의 갯벌이 길었다마음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물결무늬는 어떤 잎을 남길까갯벌처럼 새겨진 단단한 시간의 무늬를 쓸어내린다천천히 손바닥에 스며드는푸른 늑대들 울음의 등을 문지르던 시간의 물결무늬 문신위험한 정원이 정원에서 위험한 맹세를 했던가요 재의 맛을 나누며 위험한 눈물을 훔쳤던가요꽃이 사라지고, 잎이 사라지고, 가지가 사라지고, 뿌리가 사라지고, 뿌리가 빨아 올린 물을 독으로 바꾸는 정교한 기관이 사라지고, 여름하늘이 아슬아슬 사라진다 나무의 가는 떨림이 사라지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두근거리던 심장이 사라진다세상은 꽃조차 피우지 않는 독으로 가득한데, 협죽도 하늘대는 하늘이 비워진다 독을 지닌 것들은 아름답다고, 아름다운 것들은 죄다 독을 가진다고, 사약같은 오후라고,치명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은 어두운 곳으로 숨어야 하는가요 푸른 하늘아래 꽃 필 수 없는 것일까요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꽃나무가 숨어서 자랄까요 눈에 보이는 꽃나무 몇 그루 베어낸다고, 세상이 꽃나무 몇 그루 만큼이라도 더 안전해질까요 가지를 베어내며 전지가위는 떨까요 뿌리를 뽑아내며 삽은 진저리 칠까요 맹독을 가진 잎 몇 장 깊이 숨기고 싶을까요 실은 제 마음이 더 무서울까요이 정원에서 몰락의 낙원을 꿈꾸었던가요 까닭없이 수근대는 타인이었던가요사람들은 저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맹독이 고이는 꽃나무 한 그루씩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치사량의 슬픔을 조금씩 나누어 복용하며, 평생에 걸쳐 자신을 조금씩 죽이는 것을 보면최정란/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장미키스』, 『사슴목발애인』, 『입술거울』, 『여우장갑』. 2016 시산맥작품상 수상 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cjr105@hanmail.net Dear X* 외 1편최 은 묵맨발은 창백하게 마르고, 당신의 고백은 얼음 속에느리게 춤을 출게요, 발목이 보이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울지 않아요, 보사노바무대는 혼자, 당신을 녹이지 않겠어요손끝을 움직이면 눈이 녹죠얼음꽃이 부러지지 않게발가락의 힘으로 느리게 춤을 추는죽은도시에서고개를 젖히고 점프를, 눈은 뜨지 않아, 발바닥 아래 당신, 얼음을 펼치지 말아요무대에 눈이 쌓이면 춤을 멈추고 입맞춤을 할게요, 숨이 멎기 전에친애하는,*Julia Seo 디지털싱글 앨범리포트외로운 점성을 지닌 것들의 무표정을 나는 안다털갈이를 덜 끝낸 검은 동물, 그러니까 왼발의 상상을 닮은 것들은 날짜변경선의 속맛을 잊지 못한다왜곡된 첫인상을 혀끝으로 찾아낸 무리의 증언을 들으며헐값으로 표정을 팔고 얼굴 껍질의 온도도 팔고맛을 숨긴 채 익어가는 원 플러스 원, 눈속임, 해체된 동료, 왼발 왼발 구령에 맞춰 퇴직금 같은 표정을 헌납하는하필 결혼기념일검지로 그린 삼각형이 엉켜 모이고옆구리를 파고든 꼭짓점이 둥글게 무너지고밤에도 등짐을 지는 동물로 살았다, 털갈이를 마치고 줄지어 대합실을 벗어나는 차가운 왼발들속을 지키기 위해 겉을 태우는, 이 뜨거운 몸부림이 러브파라면 앞으로 당신을 끓는점으로 읽어야겠지이쯤에서 꿀호떡의 정의를 묻는다뜨거움이 필요한 표정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최은묵/ 2007월간문학 신인상, 2015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수주문학상, 천강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 시집『괜찮아』.언 외 1편안 민이별을 파랑이라고 부르고부터 내가 분리되는 게 보였다 견딜 수 없음을 견디는 시인은 불온하다 파랑은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분리된 나는 나와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내 앞에 불현듯 겨울 포구가 펼쳐졌다 가슴이라는 실내에 파도가 들이쳤기 때문이다 파도는 결사적으로 고요했다 파랑도 고요했지만 높은 음률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세모난 파도 꼭짓점이 사라져갈 때 아직 죽지 않고 있다는 자각이 맴돌았다 배경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그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겨울은 계속해서 당도했고 나는 낡아 가는데 분리된 나는 점점 어려졌고바다는 파랑에 오래 머물다검게 저물어 갔다석양 끝자락에 발등을적시던 그림자 위로 아무도 모르게배경이 지워지고 있다는 문장이 흘렀고이윽고 아름다운 소년은분절된 휘파람을 띄우며해변 언덕에서 흘러내렸다백장미담장이 펼쳐진다 너는 오선을 그으며 독하게 기어 올라 대가리가 하얀 음표를 그린다 창문 안쪽에선 흐린 실루엣이 보이고담배를 피우는 동안 몇 잎의 밤이 온다소녀는 화이트 룩을 입은 채 뒤척이고오늘은 음표와 음표 사이로 칼날처럼 비가 내린다 심장의 절반이 타버린 음률이 백색 향에 엉켜 흘러간다 푸른 손톱 몇 개 뽑혀 나가는데얼굴이 창백하다 성부와 성자와성신의 손목 혈관 속에 갇힌 채탈색되는 혈액너도 소녀처럼 악몽을 앓고 있는가한 방울 기억마저 다 지워질 동안 시간은 정지할 거고 너는 계속 넝쿨이겠지벗겨진 속옷처럼 꾸겨진 이파리들담장 위에서 심장이 베인다 기억이 베인다 매혹적인 손에 목이 꺾인다 그래도 손톱과 발톱은 무성히 자라고여전히 백색의 벽 백색의 창문 백색의 커튼 백색의 기억 속에 머무는 너 그리고 소녀그러나 네 눈은 금지되어 있고안 민/ 경남 김해 출생, 2010년 《불교신문》신춘문예 당선. 제 18회 부산작가상 수상.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시집 『게헨나』, 『아난타』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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烏:解/조정이검은 무희들 솟구친다 대숲 위로,무서운 건 부리가 아니라 눈빛이다강물이 엎드렸다댓잎이 낱낱이 날을 세운다눈빛 날개 속으로 감추고춤을 춘다, 비명은검은 색으로 달려온다댓잎에 걸린 함성이 군무다먹물로 풀린 구름 속에서짙은 대숲이 굽어질 때까지속살을 풀어내는 일 쉽지 않다더럽혀진 이름 칼날 위에 올려놓고날개 파닥이면굽은 대나무 솟아오를 때흰빛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춤으로 풀어내는 몸짓이 기도다《한국 동서문학》 2019년 여름호이 작품도 발견을 발견할 수 있다. 제목에서 오:해라고 쓴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시를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에야 그렇게 써야할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까마귀가 군무를 해야 하는 이유를 풀어내는 보고서와 같기 때문이다.울산에 가면 태화강변에 십리 대숲이 있고 그곳에는 겨울철이면 까마귀 떼가 날아와 겨울을 보낸다.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까마귀들의 군무를 보노라면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 올 것 같은 징조를 보는 것 같다. 수만 마리 까마귀들의 까만 눈이 무서운 것도 바로 불길한 새이기에 그렇게 느낀다. 강물도 몸을 낮춰 엎드리고 대숲도 방어를 위해 잎을 칼날처럼 세운다. 이런 감각적인 표현들을 발견해 낸 시인의 통찰력이 무섭다. 거기에다 ‘비명은/검은 색으로 달려온다’고 했다. ‘댓잎에 걸린 함성이 군무다’ 이런 예리한 관찰과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 이 시를 지배한다. 대숲이 굽어질 리도 없고 그러기에 굽은 대나무가 솟아오를 일도 없다. 그런데도 까마귀들은 흰빛으로 태어나기 위해 군무로 의미를 풀어낸다. 그것이 곧 까마귀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의미이고 군무에 대한 해석이다. 스님들이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 추는 승무나 바라춤이나 까마귀들이 새로운 환생을 위해 함께 어울려 추는 군무나 무엇이 다를 수 있을까. 그래서 시인은 까마귀들의 춤을 기도로 보았던 것이다. 시인의 상상력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짐작되어서도 안 된다는 걸 이 시에서 느낀다.요구要具/ 신진련어판장 불빛이 갈매기를 깨우면바다를 옮기려는 사람들나를 움켜 쥐고 어시장으로 모여듭니다하나뿐인 손가락으로바다를 찍어 올리는 나는시장 식구들 손에 달려있는 또 하나의 손입니다성질 사나운 황씨 곁에서는먹물 뿜어내는 매부리가 되기도 하지만노조반 김씨 안주감으로 문어 한 마리 찍어갈 때허리 굽히지 말라는 당찬 손입니다무거운 고등어 바구니도 쉽게 끌어오고바닥에 놓여 있는 아귀도 손 끝에 걸어 상자에 담습니다먹구름도 손가락 하나로 끌어다바다에 빠뜨릴 수 있지만폐경의 구포댁 손에서는남편 하나 침대 위로 당겨오지 못하는불구의 손입니다《시와 소금》 2019년 가을호바슐라르는 ‘시인의 관심은 존재에 있으며 그것을 의미화 하기에 앞서 실재를 노래한다’고 하였다. 시인이 어떤 사물을 노래 할 때는 사물의 존재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밝히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시에는 ‘요구’라는 사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삶들이 구체적으로 진술되어 있다. 나는 요구라는 사물의 이름은 처음 들어 본다. 어시장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도구이지만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도구이고 이름이다. 그렇기에 그 이름을 들었을 때는 먼저 호기심이 간다. 이 시에는 ‘시장 사람들 손에 달려 있는 또 하나의 손’인 요구가 사용되는 방법을 예시를 통해 드러내주고 있다. 그 예시들은 곧 어시장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다. 황씨 곁에서는 성질부리는 매부리코가 되기도 하고 노조반 김씨에게는 술 안주감으로 문어를 가져 갈 때 허리 굽히지 말고 당당하게 가져 갈 수 있도록 만드는 손이 되며, 고등어 상자나 바닥에 놓인 아귀를 찍어 올리는 편리한 손이 되는 그것은 폐경의 구포댁에게는 남편을 침대위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불구의 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해학적이기도 한 이 시에는 어시장 사람들의 아픈 현실이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다. 시는 발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처한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타인의 삶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요구라는 어구에 숨겨져 있는 시적 의미들을 캐어내고 발견하는 일은 시인의 몫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어시장은 그저 외형적으로 보이는 현상에만 집중하게 되기 쉬운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에게 낯선 경험을 공유하게 해준 시인의 능력이다. 자신의 공동체에 속한 세계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새로움을 선사해 주는 능력이 아름답다 할 것이다. 에드워드 렐란은 ‘장소를 잃는다는 것은 세계를 잃는 것이다’고 하였다. 자신의 지향성을 잃으면 자신의 실존적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장소는 곧 자신의 존재성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신 시인의 장소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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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2019년 동정그림나무는 2014년 영광문화예술원 시창작반 출신 시인들이 모여 만든 시문학단체입니다. 제1집 『그림나무 詩를 창간호로 시작하여 제2집 『안경을 닦다』. 제3집 『길없는 숲 여기저기』 제4집 『움직이는 섬』 제5집 『당신을 읽는다』에 이어 2019년 제6집 『물결무늬 종소리』를 발간하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년간 활동한 그림나무 회원 동정입니다.최선희 : 2018년 12월 실상문학상 작가상 수상명은애 : 2018년 12월 실상문학상 봉사상 수상 2019년 2월 부산시단 봄호 작가상 수상 2019년 5월 『시간은 디자인된 삶을 재단한다』 시집 상재이효순 : 2018년 12월 실상문학상 작가상 수상 2019년 7월 『침묵, 눈을 뜨다』 시집 상재박윤자 : 2019년 1월 『혼돈을 비켜가다』 시집 상재김원용 : 2019년 1월 부산문인협회 이사로 선출 2019년 9월 부산문학상 우수상 수상염계자 : 2019년 1월 부산문인협회 이사로 선출서랑화 : 2019년 1월 도전한국인상 수상 (문화예술부문)박무섭 : 2019년 1월 부산문인협회 신인상 수상강혜선 : 2019년 1월 부산문인협회 신인상 수상조정이 : 2019년 1월 『랍비, 저수지에 있다』 시집 상재 2019년 1월 새부산시인협회 작품상 수상송만영 : 2019년 1월 새부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손삼현 : 2019년 1월 새부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그림나무 : 2019년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선정 400만원박재곤 : 2019년 4월 『시인의 정원』 산문집 상재김정숙 : 2019년 5월 『사랑, 너를 가둔다』 시집 상재유미화 : 2019년 8월 『그 여자의 섬』 시집 상재강영환 : 2019년 8월 『쑥대밭머리』 시집 상재신진련 : 2019년 8월 『오늘을 경매하다』 시집 상재배영대 : 2019년 9월 근로자 문학제 입선 2019년 10월 박훈산 백일장 차하 수상김지영 : 2019년 9월 사하모래톱 문학상 운문부문 우수상 수상이호원 : 2019년 11월 『시간을 택배 받다』 시집 상재성창경 : 시의 날 기념 부산문인협회장상 수상 2019년 11월 시집 『아주 오래된 가방』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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