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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s데스랜드발행_2019년 4월 3일저자_프리츠 라이버역자_박종호발행자_조원출판사_위즈덤커넥트주소_서울시 강남구 남부순환로 2645 4층 415호전화번호_0222260365전자우편_request@wisdomconnect.kr출판신고_제2016-000048호정가_4,000원ISBN_9791161146478 05840이 책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위즈덤커넥트를 포함한 저작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잘못 만들어진 책은 구입하신 서점에서 교환해 드립니다.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 (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 (http://www.nl.go.kr/kolisnet) 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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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야 한구석에서 아른거린 이 여자를 발견했을 때는 ‘노웨어(Nowhere)’에서도 100㎞는 훨씬 넘게 떨어져 있었을 때였다. 문자 그대로 ‘노웨어’에서 말이다. 나는 노웨어에서 온 살인자 무리 중 남겨진 언데드 놈이 나를 스토킹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써서 망을 보고 있었다.나는 ‘최후의 전쟁’ 때 일어났던 폭발 때문에 신사적인 각도로 고개 숙인 고압 송전탑을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가 거의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내 코스를 비스듬히 앞질러 가고 있었는데, 그 부근에 흩날리는 먼지는 내가 있는 곳에서도 위험해 보이는 금속성 반사광을 띠고 있었고, 죽은 사람이나 소로 보이는 어두운 물체가 바닥에 깔려있었다.그녀는 날씬해 보였고 어두운 색 모자를 쓰고, 주변을 경계하며 걸었다. 그녀는 내가 두르고 있는 스카프와 비슷한 작은 스카프를, 역시 나와 비슷하게 옛날 카우보이 식으로 얼굴의 아랫부분에 느슨하게 두르고 있었다.우리는 우리의 길이 서서히 겹쳤다고 해서,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돌려 마주 보는 식으로 서로를 보았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극도로,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나는 내가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도 그래야 마땅했다.항상 그렇듯이, 하늘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다. 높은 하늘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3년 전에는 샛별이 보였던 같다. 아니면 시리우스나 목성이었을지도 모른다.뜨거운 연기 자욱한 빛이 한낮의 호박색에서 저녁의 피처럼 붉은 노을로 바뀌고 있었다.내가 따라가던 송전탑의 라인은 그것들이 기울어진 방향으로 쭉 퍼져 있었다. 폭발 중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을 것이다. 각 탑을 지날 때, 나는 폭발하는 쪽에 있었던 금속이 침식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폭발 때문에 즉시 증발했던 부분은 매끄러웠지만, 금속이 녹아서 흘러내린 부분은 부풀어 오는 사마귀처럼 보였다. 나는 탑에 매달려있던 송전선도 모두 증발하였다고 생각했지만, 안개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탑 위쪽으로 시커먼 덩어리가 세 개 보였는데, 어쩌면 전선에 앉은 독수리일지도 모르겠다.가장 가까운 탑의 하단 주위에 하얗게 벗겨진 사람의 두개골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상당히 특이한 일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뼈보다 살을 더 많이 달고 있는 시체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강한 방사선에 박테리아가 죽어버렸고, 시체는 마지막 광고에서 봤던 포장된 고기처럼 부패하지 않고 무기한 보존되었다. 사실 그런 시체들은 정말 지독한 방사능의 징조 중 하나이다. 그것들은 피해야 한다. 독수리들도 그런 유독한 고기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경험에서 비롯된 교훈이겠지.앞에는 대형 가스 탱크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포화를 집중적으로 얻어맞은 전함과 항공모함처럼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앞쪽은 원래의 곡선이 살아있었지만, 폭발 방향으로는 커다랗게 움푹 파인 모습이었다.다른 세 놈이나 나는, 아무도 노웨어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지명이 붙은 것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포터 카운티와 우아치타 패리쉬 사이의 ‘데스랜드(Deathlands)’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포터 카운티에 훨씬 가까우리라.오늘날의 미국은 정말 뒤죽박죽이다. 알다시피, 정체성은 아주 희미한 미련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마치 정신병원에서 가장 폐쇄된 병실에 갇힌 사람처럼. 20세기 중반의 시간 여행자가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미국 지도를 본다면 - 누군가가 지도를 갖고 있다면 말이다. -, 그는 그 지도가 무슨 병이라도 걸린 듯, 마치 종이 암이라도 걸린 듯이 몇 개의 작은 부분이 부풀어 올랐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기억에 남아있는 지도의 커다란 부분, 큰 점과 큰 글씨로 나타냈던 부분들은 줄어들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리라.동쪽으로는 애틀랜틱 하이랜드와 사바나 요새가 보일 것이다. 서쪽으로는 왈라 왈라 지역, 태평양 협곡, 로스앨러모스가 보일 것이고, 완전히 바뀐 동부 해안선이 보일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가장 큰 핵융합 물질 저장고 세 군데가 폭발하는 바람에 바다를 향해 ‘죽음의 계곡’이 열려서, 이젠 로스앨러모스가 항구에 가까운 도시가 된 것을 알게 되리라. 그리고 중앙에서 포터 카운티와 만테노 수용소가 놀랍게도 대호수 근처에 가까이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대호수가 큰 지진으로 인해 남서쪽으로 기울면서 약간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의 중심, 우와치타 패리쉬는 옛 루이지애나로부터 미시시피를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었다.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 장소를 포함해서 지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몇 군데 다른 장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그 모든 것이 20세기의 시간 여행자를 놀라게 하리라. 파괴된 국가의 파편이 어떤 조직들로 나누어졌는지, 그런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무자비한 일이 벌어지는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것은 실질적으로 모든 지도를 점유하는 ‘데스랜드’이다. 내가 언급했던 크게 부푼 지역들 모두를 작은 덩어리들로 축소하고, 미국 대부분의 지역을 봉쇄하며 탐욕스럽게 집어삼키는 아메바처럼 보이는 거대한 얼룩, 데스랜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혀 변함없이 굳건한 검은색 영역, 나는 다양한 색깔의 방사능 먼지와 살인마 데스랜더들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데스랜드를, 그 외에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중 몇 명이 몇 달이나 몇 주 동안 함께 지내기로 결정한 후, 그곳의 지명을 ‘노웨어’, ‘그곳’, ‘거기’, ‘장소’와 같은 이름들로 지은 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다.아까 내가 말했듯이, 나는 데스랜드의 만테노 수용소 근처 어딘가에 있었다.그 아가씨와 나는 지금 권총 또는 다트 사거리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실력이나 운이 아주 좋다면 단검 던지기로도 닿을 것이다. 그녀는 부츠와 낡은 긴 소매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 모자로 보였던 것은 머리카락이었다. 높게 틀어 올려 밝은 금속 조각으로 고정해놓은 머리카락. 좋은 벌레 덫이군, 나는 혼잣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