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항암, 시간의 바다를 건너다 - 림프종·직장암 3기 父子 항암 치료 180일
항암, 시간의 바다를 건너다
  • ISBN
    979-11-5555-123-3 (03800)
  • 저자
    글: 조계환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344 p. / 152*225 / 한국어
  • 가격정보
    17,000원
  • 발행(예정)일
    2019.11.25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이지출판
  • 키워드
    항암;직장암;림프종;항암일기;관해판정;조계환
  • DOI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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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환 수필가는 상황을 응시하고 수용하며 자신의 세계를 당당히 열어나가는 데 특별한 달란트를 타고난 사람 같다. 그가 너무나 힘겨웠을 ‘180일의 항암 투병’ 과정을 소상히 그리고 담담히 풀어놓은 《항암, 시간의 바다를 건너다》 이 책에는 당사자만 아니라 동시에 아들까지 직장암 투병을 해야 했던 극심한 고통의 순간과 관해 판정을 받기까지 그들의 눈물겨운 가족애가 담겨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절망의 시간들을 관찰자처럼 담백하게 써나간 글들이 되레 진한 여운과 함께 긴 울림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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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책머리에1일 1차 항암치료 시작하다 172일 주치의 처방에 의혹을 품다니 213일 집안에 삼식이가 둘 234일 혹시 비아그라 성분이 255일 아스피린 끊다 276일 내가 살아야 할 이유 297일 개똥쑥 328일 왜 날카로운 바늘이어야 하는가 359일 먹어야 하는데 3710일 깡아리여, 일어나라 갈기를 세워라 3911일 20년 후의 상상일기 4112일 장보기가 만만치 않아 4313일 근력 운동 4514일 머리카락이 빠지다 4715일 불뚝성을 다스리지 못하여 4916일 화난 아내 5117일 청산에 살으리라 5418일 성령기도 5719일 가발을 맞추다 6020일 방사선 치료가 최선인가 6221일 경제적이고 실천하기 좋은 항암요법 4가지 6422일 2차 항암주사실 풍경 6623일 멀미 구토에 자신했는데 6924일 병을 잊고 살라고? 7125일 예고 없이 병문안 온 형제들 7326일 온 가족 광교산 나들이 7527일 고추를 그려 넣은 손녀 7728일 국가유공자 인정 7929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8130일 나를 위한 기도는 하지 않을 결심 8231일 턱걸이하는 법 8432일 외식하고 싶다 8533일 액운이 겹친 날 8834일 좌욕 방법을 찾다 9035일 뇌 신경센터 MRA 9236일 산딸기 9637일 CT 촬영 9838일 일기는 오직 나의 생각과 사실의 기록물 9939일 적당히 부담을 줘야 한다 10140일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 10341일 설악워터피아 10542일 바닷가의 소소한 행복 10743일 2차 결과, 3차 항암주사 10944일 지원군이여, 나의 군사를 살려 주소서 11145일 침대 이야기 11346일 서교동에서 걸려온 전화 11447일 불편하게 살기 11648일 약기운이 퍼지다 11849일 아내의 굽은 등 12050일 무거운 추를 매달고 가라앉는 느낌 12151일 기침이 기력을 소진시키다 12252일 기운이 쏙 빠지다 12353일 기분 약간 상승 12454일 융단폭격에 초토화 12555일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느낌 12656일 달게 자다 12757일 땀에 푹 절은 요 12858일 기침으로 밤새 뜬눈 12959일 아들의 수술 전 검사 13060일 여전한 기침 증세 13161일 도라지청차로 기침 완화 13262일 기대가 실망으로 13363일 오늘도 스테이크 13464일 4차 항암 치료 연기 13565일 아들의 직장암 수술 13766일 항암 치료는 폐렴 치료한 다음에 13867일 특수 영양식품 구입 검토 13968일 정성이 깃든 반찬 14169일 할머니 집이 제일 좋아요 14370일 체중 5㎏ 빠짐 14571일 4차 항암주사 연기 14772일 장어탕이 입에 맞다 14973일 아들의 퇴원 15174일 체중 불어나는 재미 15475일 25년 째 이어온 밀목회 15576일 장모님의 불시 방문 15877일 체중증가 프로젝트 성공 16078일 4차 항암주사 16179일 메시지 하나로 행복했던 하루 16280일 반신욕 노하우 터득 16481일 시시한 일 16582일 자형의 병문안 16783일 면역기능 저하 16984일 수면장애 17185일 아들의 재발 방지 항암 프로그램 17386일 풍랑 없는 바다의 요트 17487일 반신욕을 중단해야 하나 17588일 제사상을 차려줬으면… 17789일 둘째형수님의 병문안 17990일 헬스장 러닝머신보다 산행이 18191일 왜 더 살아야 하는지 18292일 복부골반 CT 18393일 하늘 아래 단 한 사람 18594일 조카 인재의 병문안 18895일 바다장어 19096일 게으름을 보는 다른 시각 19297일 큰처남의 방문 19398일 기록해야 이긴다文以述志述志 19599일 종양 크기도 줄고 5차 항암주사 197100일 감염보다 감염 노이로제가 문제 199101일 순항할 듯한 예감 201102일 외식할 때 복약을 깜빡 202103일 통 먹지 못하는 아들 203104일 모니터에만 존재하는 덩어리 205105일 쓰지 않는 가발 207106일 기력 저하 208107일 감염에 무뎌지고 싶은 마음 209108일 차츰 가라앉고 있는 몸 210109일 전국성령대회 참석 213110일 광교산 속살로 들어감 215111일 행복한 환자 217112일 5차 항암 결과 확인용 복부 CT 촬영 218113일 동네 이비인후과 처방 219114일 기침 가래가 더 심해지다 220115일 잠이 보약 222116일 기침약 다시 처방받다 223117일 폐포자충 폐렴 의심 225118일 인후염으로 간주 기침약 복용 227119일 계속 기침나다 228120일 6차 항암주사 229121일 글 쓰는 일과 건강 231122일 내비게이션 교체 233123일 기침완화제 추가 처방 235124일 머리도 몸도 비움 236125일 얼굴이 붓다 237126일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 238127일 무상무념 쉬고 싶다 240128일 의미 없이 보낸 하루 241129일 이웃 오 회장님 242130일 젓가락질 안 되고 몸이 비틀거림 244131일 움직여야 산다 245132일 아들의 2차 항암 시작 247133일 셋째 손녀 탄생 249134일 동생들 문병 오다 251135일 아기가 집에 오다 252136일 며느리를 생각하며 253137일 혼신의 힘으로 255138일 틀림과 다름 257139일 힘들었던 출생신고 259140일 2만 번째 환자 기념품 261141일 PET-CT 찍어 결정하기로 263142일 작은 시련, 큰 은혜 266143일 ‘상상설계대전’에서 아들이 대상을 받다 268144일 기침 멎다 270145일 나태해진 일상을 다시 조임 271146일 18년 전 대장암 수술 받은 분 273147일 뇌신경 센터 진료 275148일 폐센터 진료 276149일 노인복지 유감 277150일 패시브 하우스 이야기 279151일 생감자 갈아먹기 281152일 황혼의 미학 283153일 아니사키스 285154일 스포츠 이야기 287155일 아내의 불만 289156일 아기 천사 291157일 죽음에 대한 묵상 293158일 황사 이야기 295159일 시제 제수 음식 준비 297160일 아기 기침 299161일 법륜 스님 즉문즉설 301162일 6차 항암 후 PET-CT 사진 촬영 304163일 항생제 처방 306164일 완전 관해 판정 308165일 장기 기증 310166일 후원 동의하다 312167일 약으로부터 해방된 날 313168일 살아 있음은 운명 314169일 의사와 제약회사의 공생 316170일 집 청소 318171일 소박하게 살기 319172일 아내가 더 건강해야 321173일 베란다의 화초 323174일 분가 계획 324175일 여유를 갖자 325176일 식단 변화 327177일 내의 두 겹 입다 329178일 현재 몸 상태 331179일 세브란스병원 정준원 교수 특강 332180일 아들의 글 <황혼과 여명> 338
판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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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종·직장암 3기 父子 항암 치료 180일항암, 시간의 바다를 건너다펴낸날 초판 1쇄 2019년 11월 25일지은이 조계환펴낸이 서용순펴낸곳 이지출판출판등록 1997년 9월 10일 제300-2005-156호주소 03131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6길 36 월드오피스텔 903호대표전화 02-743-7661 팩스 02-743-7621이메일 easy7661@naver.com인쇄 (주)꽃피는청춘ⓒ 2019 조계환값 17,000원ISBN 979-11-5555-123-3 03800※ 잘못 만들어진 책은 바꿔 드립니다.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시도서목록(CIP)은 e-CIP홈페이지(http://www.nl.go.kr/ecip)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CIP제어번호: CIP2019??????)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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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계 환 johnncho@hanmail.net영남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ROTC 6기로 임관, 월남전 참전 후 공병대위로 예편했다. LG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건축사,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취득하고 독립하여 30여 년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주)라임원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다.2013년 1월 28일 아주대병원에서 여포성 림프종 3기 진단을 받고 5월 29일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재확진,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164일 만인 11월 8일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으며 5년 경과한 2018년 10월 26일 완치 소견이 나왔다.2004년 현대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학회, 현대수필문인회, 사계동인, 일현(아가위)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수필집으로 《나의 치펜데일 의자》가 있으며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다.
요약.본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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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임진왜란이 있었던 1592년과 육이오 전쟁의 1950년, 이 두 해가 우리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상기해야 할 수난의 해라면, 내게는 2013년이 그러한 해다.나는 그해 1월 28일 여포성 임파선종 최초 확진을 받고, 아들은 3월 19일 직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아들은 5월 6일부터 나는 5월 29일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부자가 거의 동시에 암 진단을 받으니 밀려오는 불안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5년 생존율이 50%인 경우 이론대로라면 두 사람 중 하나는 아웃된다는 것 아닌가. 통계 수치가 시시때때로 귓속에서 이명으로 들렸다. 그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는 한 방법이 병을 치료하면서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기록해 보는 일이었다.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의료사고 같은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해서도 기록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환자의 기록물이 쏟아져 나와 준다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사실에서 의외의 진실을 발견할 수도 있고 불편하고 불만스런 일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깨어 있는 병원이라면 의료진의 능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병원으로 체질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이 책은 의료진에 대한 소감과 항암제로 인한 신체 변화와 느낌, 특별히 경험한 사유의 내용을 포함해서 문병 이야기 같은, 어찌 보면 내밀하다 할 소소한 가정사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때로는 일기 형식에 맞지 않는 시사적인 주제도 있다. 그날 그날 마음가는 대로 썼기에 어떤 날은 다소 생뚱맞은 내용도 있을 것이다. 서사敍事에다 수상隨想을 문학성 있게 표현한 글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1차 확진 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서핑하다 한국혈액암협회를 통해 림프종 환우 카페 ‘림사랑’을 만났다. 병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려면 한국혈액암협회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카페 회원으로 가입해서 정보를 교류하는 방법이 있다. 이 책은 카페 ‘림사랑’에 투병일기라는 제목으로 1차 항암주사일인 5월 29일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내용을 추려서 엮은 것이다.사실성을 강조하느라 글에 나오는 분, 병원, 실명을 쓰거나 이니셜을 사용했는데 혹여 신상털기 등 예상치 않은 일로 명예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기 내용에 있는 나의 불평이나 객쩍은 소리는 무시해 줬으면 한다. 그 시점의 내 심경일 뿐 사실의 객관적인 평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기를 책으로 낸다는 일이 이래서 조심스럽다.일기를 쓰면서 수필집 《나의 치펜데일 의자》를 준비하는 과정도 서술했다. 또 하나의 목표에 도전함으로써 항암의 고통을 극복했기에 이 사실을 빼놓고 갈 수는 없었다.아들과 나는 5년이 지난 2018년 10월에 나흘 차이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병종도 다르고 치료 방법도 다르고 병원도 다르고 의사도 다른데 거의 동시에 치료를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완치했다. 운명이란 말밖에 달리 할 표현이 없다.그 5년 기간에 아들은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나와는 별도의 사무소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병 치료 중에 분가 문제로 고민했던 일은 우리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분가함으로써 쉽게 풀렸다. 은행대출이며 적금, 보험금을 털어서 맞추었다. 딸 사위도 재작년에 서울 가락동에서 용인 성복동 우리 아파트 단지로 이사 왔다. 21일째 일기에 실천하기 좋은 항암요법 네 가지를 써놓았다.1. 적당한 운동 : 매일 근력 운동과 광교산 천년약수터까지 3km 산책하기(적어도 이틀에 한 번)2. 체온 관리 : 여름에도 체온 유지 옷차림, 헬스 후 대중탕에서 반신욕 20분 하기3. 숙면 : 9시 30분 이내 잠자는 습관 들이기4. 충분한 물 섭취 : 500㎖ 생수병 휴대하고 수시로 섭취하기 그중에서 광교산 산행, 체온 유지, 9시 30분 취침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있으나 다른 것은 실천하고 있으니 80점은 되지 싶다.소주며 막걸리며 청탁 불문하고 일주일에 너덧 병씩 마셨던 내가 술을 딱 끊고 나니 아침에 양치질하면 나오던 구역질이 사라졌다. 내가 내 몸에게 말을 건다. ‘내가 정직하게 실천할 테니 너도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줘.’책이 나오기까지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응원을 아끼지 않은 아내와 며느리, 문병 와서 걱정해 준 동생들과 조카들, 치유의 은사를 청원 기도해 주신 교우님들, 카페 ‘림사랑’에서 용기를 북돋아 준 얼굴 모르는 환우 여러분, 기꺼이 서평을 써 주신 현대수필 윤재천 교수님, (사)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님, 시인 이장우 님, 수필 교실의 손광성 선생님과 여러 문우들, 이지출판사 서용순 대표님, 우리 부자의 건강을 걱정해 준 모든 분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책을 바친다.2019년 11월 용인 수지에서 조계환 1일 1차 항암치료 시작하다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오전 흐리다가 갬어제 종일토록 내리던 비가 멎었다. 채혈을 하고 진료실에 들어설 때까지도 평상심이었다. 몸이 더 망가질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에 오히려 당당했다. 모니터를 이리저리 살피던 주치의 이 교수가 말했다. “더 커졌네요.”망치로 한 대 맞은 듯 아찔했다. 아내의 눈자위가 붉어졌다. 처음 진단이 나온 수원 아주대 병원의 결과가 오진이었을 거라 확신하여 여기 분당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는데. 개똥쑥이다, 야채수프다, 선식이다… 좋다는 것이면 찾아 남편 공양하느라 아내가 온 정성을 쏟았는데 이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만 것이다. 1차 확진 후 관찰 기간 5개월을 하늘이 베푼 기회라 여기고 열심히 보양했기에 허탈감이 더 컸다.나는 그 좋아하던 막걸리며 맥주를 딱 끊고 오로지 때맞춰 차려주는 현미밥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꼭꼭 씹어 넘겼다. 사흘이 멀다 하고 광교산 산자락을 다녔고, 헬스클럽에서 아령이며 역기를 매일 들었다 놨다 했고 반신욕을 거르지 않았으며, 나날이 달라지는 가슴 근육을 거울에 비춰 보며 흐뭇해했는데. 최소한 그대로이기를 바랐던 소원마저도 무리였나.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얼마나 커졌습니까?” “20% 정도 커진 것 같네요.” “작년 건강 검진 때 대장 부분 용종을 조직검사하면서 여포성 림프종이라고 판독되었다고 했는데, 그럼 대장 부분은 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되겠습니까?” 혈액종양의의 영역인지 외과 분야인지 개의치 않고 질문했다. 의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잠시 뜸을 들이더니 모니터를 가리켰다.“그것뿐만 아니고 여기저기 퍼져 있어요. 여기 보세요.”그 말에 겁이 덜컥 났다.“오늘 바로 주사 맞게 해 주세요. R-CVP, R-CHOP가 있다는데 제 경우는요?” “R-CHOP으로 합니다. 질문 더 있으시면 하세요.”“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나는 스스로 놀랐다. 오늘부터 치료해 주겠다는 말에 황감하여 90도 각도로 코가 바닥에 닿도록 절을 하고 있었다.화면에는 비장 근처에 아기 주먹만 한 덩어리 하나가 있고 폐 가까이에 도토리만한 검은 점이 보였다. 덩어리 크기는 78㎜라고 했다. 여포성 림프종 3기 C82.9. 내 수인 번호다. 채혈로 아침을 거른 터라 점심을 허겁지겁 밀어넣고 이멘드와 타이레놀 1정씩을 먹었다.금년 4월에 신축한 암 병동은 믿거나 말거나 세계 5위권 이내에 든다고 했다. 환자는 시설보다 의료진의 지식과 경험, 환자에 대한 배려가 먼저다. 내 생각은 그렇다. 잠시 후 항암주사 담당의 앞에 앉았다. 처방은 5종이지만 주사액은 네 가지로 싸이톡산 30분, 아드리아마이신 30분, 빈크리스틴 10분, 리툭산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백혈구, 혈소판, 헤모글로빈 이것들의 수치가 떨어졌다 복구되는 6월 19일에 2차 항암 계획을 잡았다고 했다. 그는 부작용이며 조치 방법을 자분자분 설명했다. 독감 예방주사 설명 듣는 느낌이었다. 다음은 영양사실로 갔다. 3만 원 교육비를 내고 아내와 아들이 열심히 청강했다. 다른 병원에서 암 치료 중인 아들은 방사선 치료 25회 중 15회가 진행되었고, 다음 주부터는 항암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주사기를 꽂은 때가 오후 1시, 간호사가 주사기를 거두고 오른 팔목에 거즈를 붙여 준 시각이 오후 6시, 꼬박 5시간이 걸렸다. 창밖엔 빗물에 젖은 자작나무 잎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침상 옆 낮은 베드에서 아내가 기도서에 묵주를 얹은 채 잠들어 있었다. 금년 들어 볼이며 인중에 주름이 부쩍 늘었다. 애처롭다. 아내여, 코를 골아도 좋으리. 사실 아픈 사람은 당신이다. 새벽녘이면 종아리며 발목에 쥐나서 몸부림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구토 예방약과 골수억제제 싸이톡산, 표적치료제 리툭스산이 주입될 때 으슬으슬 추워 간호사를 찾으니 해열제 타이레놀 한 정을 먹게 한다. 다른 약제를 주입하면서 리툭스를 끊으니 금세 편해진다. 몸의 반응이 놀랍다. 다시 리툭스 주입하면서 점액 속도를 늦추니까 마칠 때까지 오한이 없었다. 간호사에게 가슴에 주사기를 삽입해 두는 케모포트 시술에 대해 물었다. 내게도 적용하나 해서였다. 케모포트는 환자가 집에서 주사해야 할 상황이면 일반적으로 시술하고 나의 경우는 오른팔, 왼팔 번갈아서 주사한다고, 다들 그렇게 한다며 쌩긋 웃고 나간다. 가벼운 현기증이 왔지만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울렁거리면 복용하라는 맥페란정은 참아보기로 했다. 바쁜 하루였다.2일 주치의 처방에 의혹을 품다니 2013년 5월 30일 목요일. 더위가 한풀 꺾임새벽에 매봉약수터를 산책하면서 ‘어제 주치의가 왜 여포성에 아드리아마이신이 들어가는 R-CHOP이란 강한 처방을 내렸을까?’ 곰곰 생각하다 같이 걷고 있는 아들에게 의견을 물었다.“저는 주치의가 잘 판단한 걸로 보는데요. 5개월 만에 20% 커졌다면 여포성 중에서 별종으로 봐야겠지요. 커지지 않고 그대로였다면 CVP란 약한 거로 하지 않았겠습니까.”그렇다. 아들 말이 맞다. 주워들은 알량한 지식으로 주치의의 처방에 의혹을 품다니.나도 사무실에 온 의뢰인이 나름 전문가연하는 내게 전문지식을 떠보는 말을 하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얼굴색이 변하고 언성이 높아져 성사되려던 계약을 파기한 적도 있었다. 하물며 최고 엘리트 전문 집단인 그들에게 의술 어쩌고저쩌고 했다간 개망신 당할 것이다. 앞으로 질문은 간단명료하게 하되 권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겠다. 오늘은 무조건 쉬어야 하는 날이 맞다. 그런데 출근해야 했다. 치료를 하려면 직원들에게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었지만 아들보다 더 일찍 알게 된 나의 진단 결과를 발설할 용기는 없었다. 광명까지 집에서 출근하자면 2시간을 잡아야 한다. 수원역까지 버스로 40분, 철산역까지 1시간, 회사까지 도보로 20분. 체력도 딸리고 감염 위험도 있다.“나도 아들처럼 그렇게 됐어요. 종류는 다르지만.”“아니, 소장님, 무슨 말씀을?”“어제 항암주사 맞았어요. 너덧 달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악성임파선종이라는데…. 의사 말이 이 병은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둬도 십 년은 문제없고 치료하면 이삽십 년 살고, 젊은 사람은 당뇨처럼 관리만 잘 하면 백 살까지도 살 수 있대요.” 조금 과장했다. 큰 걱정 말라는 내 말에 굳어졌던 직원들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1월 28일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1차 확진을 받고 직원들에게 알릴 수 없었던 이유는 확진 근거인 골수검사 슬라이드가 다른 사람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고 오진일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었다. 안동 동생이 보내 준 개똥쑥 효소액 효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본 치료가 시작된 마당에 실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메스꺼움이나 구토 증세가 없고 식욕은 여전히 왕성하다. 다만 기가 허해지는 느낌이 있어 기간 중에는 헬스운동 대신 두어 시간 동안 뒷산 산책으로 바꿔야 하지싶다. 잠잘 때 환부로 추정되는 복부에 팽만감을 약하게 느꼈다. 약효가 나타난다는 신호인가. 투병이란 말이 맘에 걸린다. 병과 싸운다? 좀 더 좋은 말이 없을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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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태산 같은 어려움이 조계환 부자父子에게 동시에 닥쳤으니, 글을 읽으면서도 말문을 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의료진에 대한 소감과 항암제로 인한 신체의 변화와 느낌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냈다. 작가의 굳건한 정신과 치밀함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상황을 극복해 갈 때, 행복으로 통하는 마법의 문이 열리게 된다. 그때는 강력한 항암 효과까지 나타나고 ‘디아돌핀’이라는 호르몬까지 솟아나게 된다. 그것을 모르지 않는 그는 아들과 함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삶이 여러 모양으로 파도처럼 굽이치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고통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며 역경의 고비를 넘겼으니 그 자체가 작품을 무르익게 한다. - 윤재천 한국수필학회 회장, 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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