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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날 초판 1쇄 2019년 4월 5일지은이 손광성펴낸이 서용순펴낸곳 이지출판출판등록 1997년 9월 10일 제300-2005-156호주 소 03131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6길 36 월드오피스텔 903호대표전화 02-743-7661 팩스 02-743-7621이메일 easy7661@naver.com디자인 박성현인 쇄 (주)꽃피는청춘ⓒ 2019 손광성값 16,500원ISBN 979-11-5555-104-2 03810※ 잘못 만들어진 책은 바꿔 드립니다.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시도서목록(CIP)은 e-CIP홈페이지(http://www.nl.go.kr/ecip)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CIP제어번호: C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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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광 성화가, 작가, 꽃문화연구가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동남대 객원교수와 서울시립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강사를 지냈다.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초빙강사. 지은 책으로 〈달팽이〉 〈하늘잠자리〉 〈손광성의 수필 쓰기〉 〈작은 것들의 눈부신 이야기〉 〈꽃, 그 은밀한 세계〉옮긴 책으로 〈아름다운 우리 고전수필〉 엮은 책으로 〈한국 명수필선〉 〈세계 명수필선〉 등이 있다.제21회 국제펜문학상, 제1회 가천환경문학상제11회 한국현대수필문학 대상 수상.개인전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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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얼어야 피는 꽃매화꽃과 종교의 관계도 매우 밀접하다. 불교 하면 연꽃이 떠오르고, 백합 하면 기독교가 연상된다. 그러나 이슬람교 하면 언뜻 떠오르는 꽃이 없다. 코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두 덩이의 빵을 가진 자는 그중 하나는 수선화와 바꾸라. 빵은 육체의 양식이나 수선화는 영혼의 양식이니라."이것은 마호메트의 말이다. 그러니까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꽃은 수선화라 해도 무방하리라. 그럼 유교의 꽃은 무엇일까? 예부터 유교의 실천적 지성인 선비들은 난과 매화를 사랑했다. 문인화의 대표 소재인 ‘매란국죽’을 사군자라 하였으니 유교를 상징하는 꽃 가운데 하나가 매화라 하겠다.그러다 보니 오랜 세월을 두고 매화만큼 사랑받아 온 꽃도 달리 더 없을 듯싶다. 시인치고 매화를 읊지 않은 이 없고, 화가치고 매화 그림 몇 점 남기지 않은 이 드물다. 사랑을 받으면 부르는 이름 또한 그만큼 많아지는 것일까. 매화는 달리 부르는 이름이 많다. 청우淸友니 청객淸客이니 하기도 하고, 일지춘一枝春 또는 은일사隱逸士라고도 한다. 모두 맑고 깨끗한 품성을 기려 이르는 말이다. 게다가 엄동설한에도 훼절함이 없이 고아하고 청정해서 매화는 소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에 들기도 한다.진나라 때다. 한때 문학이 성하자 매화가 늘 만개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학이 쇠하자 매화도 따라서 피기를 멈추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문학을 사랑하는 꽃나무라 하여 호문목好文木이라 부르기도 한다.꽃과 시, 시인과 꽃나무 그리고 그들의 교감.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차고 맑은 자태를 이렇게 노래한 이는 고려 후기의 가객 안민영安玟英이다.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은 임포林逋의 시다. 그는 서호西湖에 숨어서 매화를 아내로, 학을 아들로 삼고 조용히 살다간 송나라 시인이다. 매화의 요정이 그에게 저 아름다운 시심을 불어넣어 준 것일까. 매화에 한해서 이백李白에게도 이만한 것이 드물다.몇 해 전이다. 도산서원에 갔더니 뜰 안에 매화나무가 가득했다. 매화가 한창일 무렵이 되면 퇴계는 도자기로 된 둥근 의자를 내다 놓고 그 밑에다 숯불을 피우게 했다. 의자가 따뜻해지면 그 위에 앉아 추위도 잊은 채 매화를 완상했다고 한다. 그 의자에도 매화 무늬가 투각透刻으로 새겨져 있었다.섣달 초여드레, 한서암寒栖庵에서 운명하던 날 아침,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매화분에 물을 주라는 한마디였다고 한다. 그는 그날 저녁 늦게 눈을 감았다. 벽에 꼿꼿이 기댄 채 조용히 잠든 것이다. 그의 나이 칠십. 한 송이 매화처럼 조용히 피었다 진 것이다.퇴계와 비슷한 시기에 어몽룡魚夢龍이란 화가가 있었다. 그의 ‘월매도’는 기이하면서도 고아한 품격으로 유명하다. 비백飛白으로 처리한 늙은 등걸과 줄기는 힘이 넘치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어린 가지는 매화의 정절을 드러내고도 남음이 있다.문기文氣는 어떨지 모르지만 장승업張承業의 ‘매화도’에도 볼만한 것이 많다. 그 가운데 열두 폭 ‘홍백매 병풍’은 보는 이의 넋을 빼앗을 만하다. 활달한 필력, 분방한 묵법 그리고 그 대담한 구도, 그 장쾌한 기상에 절로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요새도 매화를 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거두어들일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도배지로 쓰인다 해도 별로 아까울 것이 없는 그림들이 인사동 골목에 지천으로 쌓여 있다. 기천 원에라도 팔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매화가 무엇인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봐도 그 운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손끝으로만 매화를 ‘그리기’ 때문이다.어느 꽃도 그렇지만 매화에도 가짓수가 많다.홍매, 백매, 강매, 납매, 녹엽매, 중엽매 그리고 원앙매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강매는 들에 씨가 떨어져 절로 나온 것으로 야매野梅라고도 하며, 동지 전에 핀다 하여 조매早梅라고도 이른다. 또 녹엽매를 일러 녹악마綠읜梅라고도 하는데, 다른 매화와는 달리 꽃받침이 녹색이다.꽃 모양에는 홑꽃과 겹꽃이 있고, 색깔에는 흰색과 분홍과 빨강이 있다. 그중에 겹꽃보다는 홑꽃을 더 치고, 홍매보다는 백매를 한층 더 윗길로 친다. 그리고 꽃받침이 파란 청약매는 하얀 눈빛의 냉기와 잘 어울려서 더한층 맑고 청아해서 좋다.하지만 성에가 하얗게 낀 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홍매도 여간 아름답지 않다. 우리 집 홍매는 동양화 물감 중에서 연지색과 같은데 그 미묘한 색감이 늘 나를 감동시키곤 한다. 정숙하면서도 속으로 염염히 타오르는 정열과 절제를 함께 지닌 그런 여인이라고나 할까.여기 매화에 얽힌 슬픈 전설이 하나 있다.옛날 한 도공이 있었다. 그런데 혼례를 사흘 앞둔 어느 날, 그의 약혼녀가 그만 죽고 만 것이다. 도공은 도무지 살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매일 그녀의 무덤을 찾아가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무덤가에서 매화 한 그루를 발견하게 된다. 도공은 그 매화를 마당에 옮겨 심는다. 그리고 늘 그녀를 대하듯 사랑한다. 하지만 도공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고 만다.마을 사람들이 가보았더니, 죽은 도공 옆에 전에 보지 못하던 예쁜 도자기가 하나 놓여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조그만 새 한 마리가 날아 나왔다. 새는 뜰에 핀 매화나무 가지 위에 가서 앉더니 슬프게 울더라는 것이다. 이 새가 바로 휘파람새다.이제 윤회설을 믿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꽃이 된다면, 나는 죽어서 새가 되어도 좋으리라.요새는 난을 가꾸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매화를 가꾸는 사람은 드물다. 가꾸기가 어렵기 때문일까, 아니면 꽃이 지는 것이 슬프기 때문일까? 아파트 생활이 그걸 막는 때문이리라.다른 나무와 달리 매화는 여름에 가지치기를 한다. 그래야 꽃봉오리가 실하게 맺힐 뿐만 아니라 등걸과 줄기가 드러나게 되어 답답하지 않고 성근 맛이 나서 격이 높게 되기 때문이다.꽃도 촘촘히 붙은 것보다는 드문드문 맺힌 것이 운치를 더해 준다. 말해서 선미禪味의 세계다.여름에는 햇빛이 잘 드는 노지露地가 좋고 겨울에는 오히려 서늘한 곳이 좋다. 매화는 얼어야 비로소 피는 꽃이다. 사람도 시련과 역경을 이겨 낸 뒤에라야 인품의 향기가 더한층 높은, 그런 이치라고나 할까.박팽년朴彭年의 시에 이런 것이 있다.대竹는 서리 내린 뒤의 고요함을 사랑하고매화는 섣달의 그윽한 향기를 읊조리네매화는 눈과 달빛으로 핀다는 말도 있다. 봄이 와서 매화가 피는 것이 아니라 매화가 피어서 봄인 것이다.수십 년 전이다. 한국은행에서 남대문 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큰 꽃집이 있었는데, 매년 이월 초순쯤 되면 고매古梅 한 분이 늘 창가에 놓여 있곤 했다. 거친 등걸에는 이끼가 파랬고, 성근 가지 끝에는 금세라도 날아갈 듯이 아슴하게 몇 송이 청악매가 피어 있었다.성에가 하얗게 낀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그 청초한 자태와 마주하는 기쁨에 나는 발이 시린 줄을 몰랐다. 어느 해는 매화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봄이 더디 오는 것 같았고, 바빠서 그냥 지나쳐 버린 해는 봄마저 놓쳐 버린 기분이었다.서울서 매화를 보려면 창덕궁으로 가면 된다. 내의원 건물 동쪽 대문 옆에 600년 된 홍매 한 그루가 봄이면 만개한다. 나무는 그리 크지 않지만 하루의 수고에 대한 보답은 되리라 생각한다.좀 더 오랜 고매를 보고 싶은 사람은 경남 산청 단성면에 있는 단속사지斷俗寺址에 가보라고 권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매가 거기에 있다. 나무 나이 600여 년, 아래쪽 둘레가 2미터 정도다. 봄이면 병풍을 편 듯 하얀 매화가 꿈꾸듯 피어 있다. 이 매화는 고려 말기 종2품 벼슬인 정당문학政堂文學을 지낸 강회백姜淮伯이 심었는데, 그의 벼슬 이름을 따서 정당매政堂梅라 하였다고 한다.2011년 3월 11일, 나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400평이 채 못 되는 귤밭을 샀다. 거기에 지어진 감귤 창고를 작업실로 리모델링했다. 오십여 그루 되던 귤나무를 열세 그루만 남기고 모두 뽑아 버리고 정원수를 심고 연못을 파고 동산을 만들었다. 그리고 백매 한 그루와 홍매 세 그루도 심었다. 7년이 지난 지금 2월이면 피는 매화를 잘 볼 수 있는 곳에 한 평짜리 다실茶室 한 채를 지을까 한다. 다실 이름도 이미 정했다. ‘여매실輿梅室’이라고.내 노년은 퇴계처럼 매화에 한참 넋을 빼앗겨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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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농경생활 이후 꽃과 인간이 나눈 길고 오랜 사연을 정감 있게 들려준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꽃에 대한 상식과 꽃의 역사, 꽃 이름의 어원, 설화, 주술적 종교적 측면에 대한 해석과 함께 문학작품을 통해 나타난 꽃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가치관 등 꽃의 인문학적 측면을 담았다. 시공을 넘나들며 광대무변하게 펼쳐지는 그의 꽃 문화론은 아침 들길을 걷는 듯한 청량감을 던져주면서 책 스스로가 아름다운 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흔히 보는 꽃들마다 각기 다른 사연과 인류의 정서가 면면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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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004 머리말323 참고문헌 봄016 얼어야 피는 꽃 매화 024 제비꽃과 나폴레옹 032 조선 왕실과 오얏꽃 042 희망의 꽃 개나리 049 목련을 사랑하기엔 나이 서른도 오히려 어려라 056 저 무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할미꽃이 저리 많이 피었나 064 구름처럼 피었다 눈처럼 지는 벚꽃 076 복사꽃 피는 마을 085 진달래 피고 진달래 지고 092 오월의 신부 붓꽃 102 내 마음속의 수선화 109 모란꽃과 팔려온 신부 여름116 나일 강의 백합 칼라 121 한 송이 수련 위에 부는 바람처럼 125 은방울꽃은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 131 창밖에 원추리 심은 뜻은 139 지금도 해당화는 피고 있는지 144 달밤에 양귀비 꽃씨를 알몸으로 뿌리는 까닭은 156 항우의 시에 흐느끼는 우미인초 162 장미와 장미 도둑 173 석남화 머리에 꽂고 178 취향정에서 바라본 연꽃 189 배롱나무꽃 세 번 피면 197 무궁화가 왜 우리의 나라꽃이어야 하는가 219 아내를 찾아 오늘도 성벽을 오르는 나팔꽃 가을226 도라지꽃에서는 가을 풀벌레 소리가229 태양의 아들 해바라기 238 가끔은 돌아봐 주세요, 쓸쓸한 패랭이꽃 241 동쪽 울 밑에 황국을 심어 놓고 257 열사흘 달빛에 억새는 은빛으로 빛나고264 자작나무야 자작나무야 269 우리네 어머니 같은 대추나무 274 창 밖에 오동잎 지는 소리 겨울280 우리들의 신령스런 소나무 287 청춘의 피꽃 동백 297 난蘭은 성급한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 309 대竹는 풀인가 나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