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수다 테라피
수다 테라피
  • ISBN
    978-89-92102-83-4 (03810)
  • 저자
    지은이: 토요수필문학회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214 p. / 150*224 / 한국어
  • 가격정보
    10,000원
  • 발행(예정)일
    2019.11.26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문학산책사 - 홈페이지 바로가기
  • 키워드
    수다 테라피; 토요수필; 에세이; 문학산책사; 배준석
  • DOI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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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테라피세상에는 말과 글이 함께 살고 있다.말은 말 달리듯 거침없이 하며 살지만글은 처절하게 쓰는 사람 몫이다.말도 글로 잘 달래면 작품이 된다. 말로 떠들며 풀어내는 한恨도 있지만글 쓰며 조용히 풀어내는 경우도 있다.말은 되돌릴 수 없어 실수하기 쉽다.글은 감동요소도 충분히 있고 기록으로 오래 남길 수 있다. 수다로 풀어내는 치료효과 위에글로 덧씌워 명작을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상상해 본다
판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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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수필ㆍ12수다 테라피초판발행 2019년 11월 26일지 은 이 토요수필문학회펴 낸 이 배준석펴 낸 곳 문학산책사등 록 제3842006000002호주 소 󰂕14021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병목안로 81. 103-1205호전 화 (031)441-3337 / 010-5437-8303홈페이지 http://cafe.daum.net/munsan1996이 메 일 beajsuk@daum.net제 작 처 시지시 (전화 : 0505-552-2222)값 10,000원ⓒ 토요수필문학회, 2019ISBN 978-89-92102-83-4 03810* 이 책의 내용을 전부나 일부 재사용하려면 저작권자와 문학산책사 양측과 협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자와의 협의에 의하여 인지를 생략합니다.* 파본은 구매 서점에서 교환하여 드립니다.* 이 책은 문예진흥기금 일부 보조로 만들었습니다.
요약.본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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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외 1편 배 준 석 (시인ㆍ문학이후 주간)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들이 살고 있다. 서로 어울려 멋을 내는 소리도 있고 저 혼자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기도 하며 서로 맞부딪쳐 깨어지는 소리도 있고 탁한 목소리로 저 혼자 떠드는 소리도 있다. 소리는 그 실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하찮은 소리에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는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수많은 소리 속에 요즘 자주 듣게 되는 것이 빗소리다. 장마철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어느 정자나무 아래, 한가롭게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나무의자에 편안히 앉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빗소리는 살아있다. 차분한 발걸음으로 조심조심 찾아와 귓전에 먼 기억 속 첫사랑 사연을 속삭이기도 하고, 때로 성난 사내의 발걸음으로 마구 뛰어와 이곳저곳을 미친 듯이 두드려 대기도 한다. 그래서 빗소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생명 있는 무수한 사람들의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빗소리에 빠져들면 어느새 아련한 향수에 젖어 고향집 툇마루에 앉아있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깊은 물속으로 온몸이 서서히 젖어 드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 내리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행간을 헤아리고 있노라면 마치 운율 있는 시 구절을 음미하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시의 맛이란 때로 행과 행 사이의 여유를 읽는 것 아닌가. 빗소리에는 그러한 행간의 맛이 들어있어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비 내리는 날은 아무리 바빠도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빗소리에는 기교가 없다. 단조로운 소리뿐이다. 낮고 높은 음의 기복이 쉽게 나타나지 않아 그만그만한 소리 하나로 하루 종일 내리기도 한다. 그 단조로운 빗소리에서 세상 번뇌를 떠난 듯, 어느 경지에 올라있는 느낌을 가져 본다. 따질 것도 없고, 계산할 필요도 없고, 내 이익을 챙겼다는 욕심도 어느새 사라지게 된다. 그동안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왔는가. 때로 남의 가슴 아프게 하며 내 생각하는 마음만 키워 오지 않았는가. 바쁘다고 하찮게 잊어버리고 떨어트리고 헤어진 것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빗소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수많은 소리들도 촉촉하게 적셔 준다. 소리 높아야 이기는 세상, 그래서 마구 튀어나와 떠돌아다니던 고성도 욕설도 장마철에는 모두 눅눅하게 가라앉는다. 그 위에 곰팡이 피고 썩어 버려야하는 쓸데없는 소리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한밤에 듣는 빗소리는 이미 이승을 떠난 사람들의 애절한 목소리 같기도 하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쏟아놓는 마지막 이야기로 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인가, 밤빗소리는 이마에 먼저 와 닿는다.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빗소리를 듣다 보면 창밖에 누군가 서성이는 발자국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그러다 저 혼자 쓸쓸하게 되돌아가는 뒷모습도 보이는 듯하다. 빗소리에는 수많은 사연이 들어있다. 사연 없는 소리는 가치가 없다던가. 요즘 빗소리를 자주 듣는다. 장마철이기 때문이다. 때로 빗소리에 온몸을 맡기면 그 빗물 위로 몸뚱이가 둥둥 떠내려가는 꿈도 자주 꾸게 된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빗소리에 젖어 그만 바쁘고 지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내고 가벼운 나룻배 한 척 띄워 차가운 그대 가슴 향해 뜨거운 노 저어 가고 싶다.파도 소리 멀리서 숨 가쁘게 뛰어오는 이가 있다. 저 혼자 가쁜 숨 몰아쉬며 몸뚱아리 째 내던지며 쓰러지는 이가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똑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끈질긴 이가 있다. 장마 사이로 파고드는 무더위가 밤에도 사라지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그를 만나고 싶다. 땀에 젖은 몸뚱이도 그에게 맡기고 스트레스에 절은 정신도 꺼내 그 곁에 널어놓고 싶다. 그리고 끈질기게 버티고 싶다. 시퍼렇게 성난 얼굴로 달려드는 이가 있다. 미친 듯이, 황소처럼 뿔 세우고 거리낌 없이 덤벼드는 이가 있다. 누가 대적할 것인가. 수많은 발길 거느리고 한걸음에 내달리다 제 힘에 지쳐, 제 성에 못 이겨 쓰러졌다가는 벌떡 일어서서 다시 머리 수그리고 달려드는 짐승 같은 이가 있다.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는가. 답답해서 터질 것만 같은 가슴, 예기치 못한 일들이 튀어나올 듯 도사리고 있는 불안한 주변, 그런 분위기 속에 살다 문득 그를 만나고 싶다. 노기등등한 그 뿔에 치받쳐 피 토하며 나뒹굴고 싶다. 미친 듯한 그의 발길에 치어 차라리 으깨어져 버리고 싶다. 긴 머리카락 휘날리며 하얗게 웃으며 찾아오는 이가 있다. 얼마 만에 보는 모습인가. 사뿐사뿐 발걸음 옮기며, 은은한 향기 날리며 반갑게 가리키는 저 손짓에 그만 가슴 다 녹아내리게 만드는 이가 있다. 그를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웠던가. 이렇게 먼 길을 찾아와야 했던가. 온갖 소음으로 찌든 귓가에 그의 정겨운 목소리 담아놓고 싶다. 굳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굳이 뜨거운 마음을 쏟아놓지 않아도 다정스레 잡아주는 손길로, 귓전에 닿는 그의 목소리에 실려 오는 느낌으로 오랫동안 그이 곁에 서 있고 싶다. 서 있다가 그대로 굳어지고 싶다. 바람 따라 흔들리는 풀잎 같은 이가 있다. 서쪽으로 불면 서쪽으로 기울고, 약하게 불면 약하게 흔들리는 이가 있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약한 듯하면서 쉬이 포기하지 않고 그만한 모습으로, 그만한 간격으로, 그만한 소리로 바람의 모습만큼, 크기만큼, 그만큼 흔들리며 사는 이가 있다. 강할수록 부러질 수밖에 없는 꼿꼿함, 내 뜻대로 살다가 남의 뜻에 거스를수록 부딪치게 되는 모진 바람 속에서 문득 그를 만나고 싶다. 만나서 가슴에 쌓인 모든 이야기 털어내고 싶다. 그 이야기가 또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킬지라도 이제 바람결 따라 흔들리며 사는 그가 되고 싶다. 그만큼 내 목소리 지키며 때로 휘어지기도 하며 살고 싶다. 쉬이 포기하지 않고 때로 타협하며 살고 싶다. 잠든 의식 깨우듯 가끔 호령하는 이가 있다. 집채만 한 소리로, 태산만 한 광기로 나태에 빠진 정신 속에 푸른 물결 일으켜 하얀 이빨 드러내고 큰소리로 야단치는 이가 있다. 미안하다. 시인이여.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언어가 낡아가고, 새로움을 찾아가야 하는 눈길이 감겨 있고, 빛나게 가꿔야 할 영혼이 차츰 바래가는 요즘, 귀청이 떨어져 나가도록 큰 그이 목소리 듣고 싶다. 그로 인해 썩어가고 있는 정신 일으켜 세우고 쓰러져 가는 육체에 뜨거운 불, 당기고 싶다. 그리고 가끔은 몸뚱이째 바위에 부딪쳐 시퍼렇게 멍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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