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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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를 향한 초월의 꿈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 추구인간 이태수의 삶이 시인 이태수의 삶으로 바뀌어 완벽한 전업시인이 되고, 그의 일상은 시가 삶에 선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한결같이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꾼다. 이 한결같은 걸음은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눈길을 끌기 어렵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지켜나간다. 그 인간정신이란 결국 뒤틀린 현실에 발을 딛고 살면서도 초월에의 의지와 더 나은 세계에 대한 꿈꾸기를 포기할 수 없는 비극적 자기인식이다. 이 비극적인 삶을 뛰어넘으려는 초극의지를 낮은 목소리로 꿈꾸듯 읊조리는 자아성찰이 이태수 시의 본질이자 특징이다. 그가 꾸는 꿈은 시를 낳고, 다시 시는 초월을 꿈꾼다. 신화 속의 시시포스처럼 간을 쪼아 먹히더라도 그는 내일도 꿈을 꾸고, 시를 쓰게 될 것이다. — 이 구 락(시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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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Ⅰ 옛 우물_____10목마름―또는 이데아_____11 물, 또는 내려가기_____12 별, 또는 올라가기_____13 그와 나 사이_____14 그의 묵음默吟_____ 15꿈속의 천사_____16 성聖 풍경_____18 파가니니와 함께_____19 한밤의 소요逍遙_____20 유리문_____22 유월 어느 날_____24 다시 부재不在_____26 늦가을_____28 하릴없이_____30 눈이 내릴 때_____32 저녁 눈_____34 Ⅱ 겨울저녁 벚나무_____38 홍매화와 함께_____39 경칩 무렵_____40초봄의 화엄華嚴_____41 봄 법석_____42 산길에서_____43 벼랑의 향나무_____44 모량리 지나다가_____45 강나루에 앉아_____46 왕릉 앞에서_____48 나비와 조약돌_____49 비비추꽃_____50 팽나무 있는 풍경_____52 겨울 초입_____53 장이규의 소나무_____54 김일환의 나무_____56 노태웅의 기차역_____58 Ⅲ 그이는 오늘도_____62 불에 불 지르듯_____63 튤립 한 송이_____64 별 하나_____65 달맞이꽃_____66 매미에게_____67 외톨이 그는_____68 그 사람의 별_____70 빈집_____72 그 사람의 뒷모습_____74 그 사람과 시_____75 페리칸사스_____76 가는 가을_____78결별訣別_____79 이쪽 문_____80 지상의 길_____81 나도 간다_____82 Ⅳ 칩거蟄居 며칠_____86 흔들림에 대하여_____87 구두_____88 다시 세상 타령 1_____90다시 세상 타령 2_____91 다시 세상 타령 3_____92줄서기_____94 어떤 항해_____96 콩과 팥_____98 배호와 나_____100 배호 생각_____104 대프리카 별곡_____107 어느 저녁, 불현듯_____108 막막한 길_____110 옛집에서_____111내 발소리_____112┃해설┃ 이구락 (시인)_____111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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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시인 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그림자의 그늘』, 『우울한 비상의 꿈』, 『물속의 푸른 방』,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 『꿈속의 사닥다리』, 『그의 집은 둥글다』, 『안동 시편』, 『내 마음의 풍란』,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 『회화나무 그늘』, 『침묵의 푸른 이랑』, 『침묵의 결』, 『따뜻한 적막』, 『거울이 나를 본다』, 시선집 『먼 불빛』, 육필시집 『유등 연지』, 시론집 『여성시의 표정』, 『대구 현대시의 지형도』, 『성찰과 동경』, 『응시와 관조』 등을 냈다.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대구시인협회 회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대구시문화상(문학), 동서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구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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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를 향한 초월의 꿈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 추구 이태수 시집 『내가 나에게』는 지난해 출간된 『거울이 나를 본다』(문학세계사) 이후의 신작 67편을 담고 있으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초월의 꿈을 서정적으로 길어 올린 심상풍경들을 다채로운 빛깔로 펼쳐낸다. 급변하는 세상과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한결같이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추구하는가 하면,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풍자와 야유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아성찰로 귀결되는 겸허한 마음자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이번 시집은 특히 등단 초기부터 중심화두가 돼온 ‘초월에의 꿈꾸기’가 뚜렷하게 심화되고 선명해졌다.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이 다양하고 현란해지기도 했다. 쉬운 구문과 단아한 문채 속에 녹아들어 있는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읽게 하며, 자신을 객관화시켜 들여다보며 ‘뒤집어 꾸는 꿈’의 세계로 폭을 넓히고 그 높이를 느끼게 한다. 그의 이번 시편들은 근래에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형태미에 무게를 싣고 있기도 한다. 시인이 밝히고 있듯, 실내악이나 교향악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A-B-A' 형식과 회화적(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시의 행과 연의 앞뒤 흐름이 대칭 구조를 이루도록 구성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물’과 별‘로 비유되는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은 이 시집의 뚜렷한 상징체계다. 그렇다면 이 시집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물과 별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있을까. 물을 마신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 나는 물과 더불어 흘러간다 물은 언제나 멈추기를 싫어한다 개울물이 아래로 흘러가고 강물은 몸을 비틀면서 내려간다 폭포는 수직으로 일어서듯 줄기차게 내리꽂힌다 물을 들이켠다 안으로 스며드는 물, 새들이 낮게 날아 내리고 공중부양을 하던 뜬구름 몇 점이 제 무게 탓으로 떨어진다 가늘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빗금으로 뛰어내린다 빗줄기를 바라보는 내가 내린다 ―「물, 또는 내려가기」 전문 별들을 바라봅니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면 나는 어둠 속에서 꿈꿉니다 밤하늘의 먼 별들을 끌어당기며 거기까지 올라가 보려 꿈을 꿉니다 별들이 반짝이며 눈짓을 합니다 아무리 안간힘을 다해 봐도 마음만 혼자 올라갑니다 별들이 내려다봅니다 마치 동화 속 아이 같이 별빛 따라 사닥다리를 놓고 어둠을 헤치면서 오르려 합니다 눈을 감고서야 거기에 다다릅니다 하지만 눈뜨면 떨어질 것 같아 밤 이슥토록 눈을 감은 채 올라가려는 꿈을 꿉니다 별을 끌어안습니다 ―「별, 또는 올라가기」 전문 물과 별에 대한 대칭적 인식에서, ‘내려가기’는 이루어지지만 ‘올라가기’는 거의 좌절로 끝난다. 그의 이데아를 찾아나서는 꿈꾸기는 숙명이 되어버렸다. “몇 겹 벽으로 둘러싸여서 그런지 / 건너지 못할 강 저편에 있어서인지”(「목마름」) 뻔히 알면서도 늘 목마름을 느낀다. “꿈속에서도 그 바깥에서도 / 만나자말자 헤어져야 하는 / 그런 사이”인 “그와 나 사이”(「그와 나 사이」)에서도 ‘그’는 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이데아다. 시인에게 이것은 역설적이지만 시마(詩魔)에 빠져 사는 행복한 경지이기도 하다. 나무 그림자 일렁이는 우물에 작은 새가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간다 희미한 낮달도 얼굴 비쳐보다 간다 이제 아무도 두레박질을 하지 않는 우물을 하늘이 언제나 내려다본다 내가 들여다보면 나무 그림자와 안 보이는 새 그림자와 지워진 낮달이 나를 쳐다본다 흐르는 구름에 내 얼굴이 포개진다 옛날 두레박으로 길어 마시던 물맛이 괸 물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옛 우물」 전문‘옛 우물’은 버려진 빈 우물이라서 화자의 추억만 가득 고여 있다. 추억 없인 그리움도 없듯이 옛 우물은 화자가 간절히 그리워하는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자아다. 옛 우물은 내가 나에게 주는 거울이며, 내가 나를 바라보는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이기도 하다. ‘내’가 들여다보는 현재시제와 두레박질하던 과거가 오버랩 되면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이 자꾸 포개지는 의식의 혼동 상태를 야기한다. 그의 꿈꾸기와 초월에의 의지가 좀 더 선명해졌으며, 그 열정이 빚어낸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의 프리즘도 다양해지고 현란해졌다. 눈이 내리고 눈송이들과는 달리 두 발이 공중에 뜬다 함께 떠오르는 내 꿈에 샤갈과 슈베르트의 꿈이 포개진다 몇 해 전 모스크바에서도 그랬다 ‘참새언덕’*의 자작나무에 기대서서 눈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니 샤갈의 꿈이 눈발 사이로 어른거렸다 그 꿈을 끌어안으며 내 꿈을 그 속에 다져넣고 있는 동안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 몇 소절이 함께 어우러져 아득한 하늘로 나를 들어올렸다 내리는 눈송이들 사이로 천사들과 바이올린이 날아다닌다 내 꿈도 날개를 단 듯 이 덧없는 떠돎마저 포근해진다 ―「눈이 내릴 때」 전문‘나’와 샤갈과 슈베르트의 꿈이 한데 엉겨 펑펑 내리는 눈송이와 함께 비의적(祕義的)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눈 내리는 숲은 포근하고, 샤갈의 그림처럼 몽환적이다. 그의 목소리는 들뜨지 않고, 한없이 포근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 정념과 무심의 경지까치들이 무리지어 운다 누구를 반기는지, 무엇을 경계하는지, 때마침 저녁놀보다도 느릿느릿 저만큼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하지만 가까이 오지는 않고 다가올 때처럼 손을 흔들며 멀어진다 나는 어렴풋이 그를 느낀다 알 듯하고 모를 듯도 하지만 내가 기다리던 나였던 것 같다 경계하거나 반길 필요가 없다는 듯 까치들이 무리지어 난다 ―「다시 부재(不在)」 부분‘부재’라는 관념어는 이태수 시의 키워드 중 하나다. “내가 기다리던 나”는 ‘부재’의 상태이기 때문에 비극적이며 철학적이다. ‘나를 들려다보기’란 곧 ‘내 마음 들여다보기’이니, 아타락시아 또는 정념(正念)의 상태를 꿈꾸며, 그곳에 물이 고이고 별이 떠오르도록 기다려야 한다. “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그 끝에 이런 무심의 경지가 있다. 설익은 시 한 편 쓰고 연거푸 술잔을 기울인다 밤이 이슥하도록 그는 술잔을 비우게 한다 시를 더 다듬으려 애써도 거기가 거기일 뿐, 안 들리고 안 보이게 그는 지례 읊고 가버린 걸까 ―「그의 묵음(黙吟)」 전문시마에 빠져 사는 게 시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리라. “마음을 닫으려 해도 열리거나 / 열려 해도 닫혀버리기”(「유리문」)에, 그 고통스러움을 극복한 아타락시아 또는 정념의 상태에서 마음의 결을 빚어내는 천의무봉의 장인정신이 이토록 아름답다. 상선약수의 겸허함과 천의무봉의 꿈꾸기는 기실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며 이상이지 않던가. 두보보다는 이태백에 가까운 시인 이태수의 소탈한 진면목을 보게 되어 행복하다. 균형감각과 세태 풍자 이태수 시인은 슬럼프를 모르는 근면성과 아직도 술과 담배가 별로 줄지 않은 타고난 통뼈체력을 지녔고, 늘 단정한 정장차림의 기품 있는 신사다. 그런 그의 내면에 인간적인 자기연민의 고통과 불안과 우울이 웅크린 속내를 감추고 있다. “당신 노래와 실존철학 언저리를 맴돌았”(「배호와 나」)다고 젊은 날의 방황과 우울을 고백하는 시인은 놀랍게도 “단 한 곡도 빠뜨리지 않고 따라 하다 보니 / 내 목소리도 병색이 짙어지는 것 같더군요.”(같은 시)라고 한다. 그가 ‘배호 덕후’가 된 것은 일종의 자기연민의 심리기제다. 기억과 추억들은 망각의 지층에서 싹이 돋아 현재에 꽃핀 것들이다. 「어느 저녁, 불현듯」에서처럼 시인은 “저녁 숲길을 걷다가 불현듯” 덧나는 상처 같은 “오래된 아픔”을 불쑥 만난다. 중요한 것은 ‘불빛’이다. 어둠 속에 따뜻하게 빛나는 “마을의 불빛”이다. 내 구두는 균형이 깨지곤 합니다 오른쪽의 뒤축은 오른쪽이 더 닳고 왼쪽의 뒤축은 왼쪽이 더 닳습니다 그러나 구두 탓은 아닙니다 순전히 내 탓입니다 살짝 팔자걸음이라서 오른발은 우편향이고 왼발은 좌편향이어서 그렇게 되고 맙니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구두」 부분살아가면서 “온몸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마음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고 믿었는데, “구두를 벗어 들여다보며” 한쪽으로 더 닳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민망해한다. 이내 “구두는 염치를 가르쳐주는 / 자성의 거울”이었다는 이 훈훈한 내용 속에서도 팔자걸음인 “순전히 내 탓입니다”라고 자책하는 걸 잊지 않는다. 시인의 근황은 「칩거 며칠」에 그려져 있듯 “아무래도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혼자라도 “다시 마음 다잡기” 위해 “누웠다가 앉았다가 섰다가”, “자다가 깨다가 꿈꾸다 말다가” 하며 칩거한다. 그 이유가 “아무래도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 그렇게는 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눈을 떠도 감아도 헛도는” 세상을 버티는 방법이 겨우 “내키지 않는 길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낙향한 저 윗대 할아버지*1는 배꽃 위에 달빛 희게 내리고 두견새 슬피 우는 한밤중에 홀로 나라 걱정, 임금 걱정 ‘일지춘심’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더군요 또 한분 윗대 할아버지*2는 까마귀가 검다고 비웃는 백로를 향해 겉 희고 속은 검다고 질타했지요 요즘은 두 할아버지 심경이 세삼 가슴 치는 세상입니다 ―「다시 세상 타령 1」 전문 이조년의 「다정가」와 이직의 「까마귀 검다 하고」는 국민애송시다. 그 ‘윗대 할아버지’ 두 분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하다. 그는 두 선조의 시조를 풀어놓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비분강개하며 “새삼 가슴 치”고 있다. 뒤따르는 연작시도 “내 탓을 네 탓으로 뒤집고 / 반대로 네 탓을 내 탓으로 뒤집는 / 세상은 연옥 같습니다”(「다시 세상 타령 2」)라며 괴로워하고 있다. 더 노골적인 일종의 정치시 또는 세태풍자시다. ‘적폐청산’, ‘내로남불’ 같은 말을 떠올리게 되는 시들이다. 사물에 대한 대칭적 접근 이태수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포멀리즘과 사물에 대한 대칭적 접근’이다. 그는 <나의 시 쓰기>(『거울이 나를 본다』)에서 구체적으로 표현 기법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실내악이나 교향악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A-B-A' 형식”과 “맥락의 회화적(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시의 행과 연의 앞뒤 흐름이 대칭 구조를 이루도록 구성”한다. ‘A-B-A' 형식도 음악적 운율보다는 작품 전체를 조감할 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효과에 무게를 싣는다. 그 사람 떠나고 나서 뒷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앞모습보다 더 자주 떠오릅니다 앞을 내다보며 앞질러 살았는데도 뒷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남몰래 자신을 오롯이 바친 그 사람 걸어간 길은 남들에게 보이려 하기보다 드러내지 않으려 해서 그럴까요 안 보이듯 점점 뚜렷이 드러나서 날이 갈수록 그런 게 아닐까요그 사람의 뒷모습이 오늘도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그 사람의 뒷모습」 전문이 시는 봉긋한 젖무덤이 첫눈에도 느껴지는, 그것도 짝젖이 아닌, 옆에서 보면 조금도 처진 느낌이 없는, 예쁘고 건강한 유방이다. 이처럼 시의 형태미를 살려놓은 시는 이 시집에서 자주 눈에 띤다. 포구에 서 있는 팽나무 불콰한 황색 열매들 사이에 희미한 반쪽 낮달이 걸려 있다 고기잡이배들은 만선 꿈을 꾸는지 먼 바다 여기저기 가물거린다 팽나무 익은 열매 같은 얼굴빛의 악동들이 모여들어 깔깔대며 팽나무열매놀이를 한다 팽팽 나는 그 열매들과는 달리 갯바위 아래 붙박인 거룻배 한 척 어느새 낮달도 제 길 가버리고 포구의 팽나무를 바라보는 나만 우두커니 서 있다 ―「팽나무 있는 풍경」 전문 이 시는 행 길이를 대칭으로 맞추면서도 ‘3-2-3-2-3’ 형식을 취해 또 다른 시각적 형태미를 돋보이게 한다. 시인으로서 휴식기 한번 가지지 않고 부단히 시를 쓰고 시집을 출간해왔다는 것은 그의 시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언어적 실험의식이나 난해한 모더니즘으로부터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완만한 진화를 유지해왔다는 뜻이다. 이태수 시인은 초기의 실존적 방황 또는 낭만적 우울 속에서 비속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날아오르기의 꿈’과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길 찾기’를 거쳐, 80년대 중반부터는 ‘내려가기의 꿈’으로 바꾸어 꾸며, 남루한 현실 어딘가에 순결하고 명징한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키워왔다. 그리고 근래에 와선 꿈꾸는 자신을 객관화시켜 들여다보며 ‘뒤집어 꾸는 꿈’으로 시세계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뒤틀려 있는 현실과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늘 흔들리고 닳아간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이 비극적인 삶을 뛰어넘으려는 ‘초극의지’를 낮은 목소리로 꿈꾸듯 읊조리는 자아성찰이 이태수 시의 본질이자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가 꾸는 꿈은 시를 낳고, 다시 시는 초월을 꿈꾼다. 어떤 빛깔로든 꿈을 꾼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이다. 신화 속의 시시포스처럼 돌을 굴러야 하더라도 그는 내일도 꿈을 꾸고, 시를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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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를 향한 초월의 꿈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 추구 이태수 시집 『내가 나에게』는 지난해 출간된 『거울이 나를 본다』(문학세계사) 이후의 신작 67편을 담고 있으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초월의 꿈을 서정적으로 길어 올린 심상풍경들을 다채로운 빛깔로 펼쳐낸다. 급변하는 세상과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한결같이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추구하는가 하면,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풍자와 야유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아성찰로 귀결되는 겸허한 마음자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이번 시집은 특히 등단 초기부터 중심화두가 돼온 ‘초월에의 꿈꾸기’가 뚜렷하게 심화되고 선명해졌다.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이 다양하고 현란해지기도 했다. 쉬운 구문과 단아한 문채 속에 녹아들어 있는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읽게 하며, 자신을 객관화시켜 들여다보며 ‘뒤집어 꾸는 꿈’의 세계로 폭을 넓히고 그 높이를 느끼게 한다. 그의 이번 시편들은 근래에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형태미에 무게를 싣고 있기도 한다. 시인이 밝히고 있듯, 실내악이나 교향악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A-B-A' 형식과 회화적(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시의 행과 연의 앞뒤 흐름이 대칭 구조를 이루도록 구성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물’과 별‘로 비유되는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은 이 시집의 뚜렷한 상징체계다. 그렇다면 이 시집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물과 별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있을까. 물을 마신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 나는 물과 더불어 흘러간다 물은 언제나 멈추기를 싫어한다 개울물이 아래로 흘러가고 강물은 몸을 비틀면서 내려간다 폭포는 수직으로 일어서듯 줄기차게 내리꽂힌다 물을 들이켠다 안으로 스며드는 물, 새들이 낮게 날아 내리고 공중부양을 하던 뜬구름 몇 점이 제 무게 탓으로 떨어진다 가늘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빗금으로 뛰어내린다 빗줄기를 바라보는 내가 내린다 ―「물, 또는 내려가기」 전문 별들을 바라봅니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면 나는 어둠 속에서 꿈꿉니다 밤하늘의 먼 별들을 끌어당기며 거기까지 올라가 보려 꿈을 꿉니다 별들이 반짝이며 눈짓을 합니다 아무리 안간힘을 다해 봐도 마음만 혼자 올라갑니다 별들이 내려다봅니다 마치 동화 속 아이 같이 별빛 따라 사닥다리를 놓고 어둠을 헤치면서 오르려 합니다 눈을 감고서야 거기에 다다릅니다 하지만 눈뜨면 떨어질 것 같아 밤 이슥토록 눈을 감은 채 올라가려는 꿈을 꿉니다 별을 끌어안습니다 ―「별, 또는 올라가기」 전문 물과 별에 대한 대칭적 인식에서, ‘내려가기’는 이루어지지만 ‘올라가기’는 거의 좌절로 끝난다. 그의 이데아를 찾아나서는 꿈꾸기는 숙명이 되어버렸다. “몇 겹 벽으로 둘러싸여서 그런지 / 건너지 못할 강 저편에 있어서인지”(「목마름」) 뻔히 알면서도 늘 목마름을 느낀다. “꿈속에서도 그 바깥에서도 / 만나자말자 헤어져야 하는 / 그런 사이”인 “그와 나 사이”(「그와 나 사이」)에서도 ‘그’는 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이데아다. 시인에게 이것은 역설적이지만 시마(詩魔)에 빠져 사는 행복한 경지이기도 하다. 나무 그림자 일렁이는 우물에 작은 새가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간다 희미한 낮달도 얼굴 비쳐보다 간다 이제 아무도 두레박질을 하지 않는 우물을 하늘이 언제나 내려다본다 내가 들여다보면 나무 그림자와 안 보이는 새 그림자와 지워진 낮달이 나를 쳐다본다 흐르는 구름에 내 얼굴이 포개진다 옛날 두레박으로 길어 마시던 물맛이 괸 물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옛 우물」 전문‘옛 우물’은 버려진 빈 우물이라서 화자의 추억만 가득 고여 있다. 추억 없인 그리움도 없듯이 옛 우물은 화자가 간절히 그리워하는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자아다. 옛 우물은 내가 나에게 주는 거울이며, 내가 나를 바라보는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이기도 하다. ‘내’가 들여다보는 현재시제와 두레박질하던 과거가 오버랩 되면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이 자꾸 포개지는 의식의 혼동 상태를 야기한다. 그의 꿈꾸기와 초월에의 의지가 좀 더 선명해졌으며, 그 열정이 빚어낸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의 프리즘도 다양해지고 현란해졌다. 눈이 내리고 눈송이들과는 달리 두 발이 공중에 뜬다 함께 떠오르는 내 꿈에 샤갈과 슈베르트의 꿈이 포개진다 몇 해 전 모스크바에서도 그랬다 ‘참새언덕’*의 자작나무에 기대서서 눈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니 샤갈의 꿈이 눈발 사이로 어른거렸다 그 꿈을 끌어안으며 내 꿈을 그 속에 다져넣고 있는 동안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 몇 소절이 함께 어우러져 아득한 하늘로 나를 들어올렸다 내리는 눈송이들 사이로 천사들과 바이올린이 날아다닌다 내 꿈도 날개를 단 듯 이 덧없는 떠돎마저 포근해진다 ―「눈이 내릴 때」 전문‘나’와 샤갈과 슈베르트의 꿈이 한데 엉겨 펑펑 내리는 눈송이와 함께 비의적(祕義的)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눈 내리는 숲은 포근하고, 샤갈의 그림처럼 몽환적이다. 그의 목소리는 들뜨지 않고, 한없이 포근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 정념과 무심의 경지까치들이 무리지어 운다 누구를 반기는지, 무엇을 경계하는지, 때마침 저녁놀보다도 느릿느릿 저만큼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하지만 가까이 오지는 않고 다가올 때처럼 손을 흔들며 멀어진다 나는 어렴풋이 그를 느낀다 알 듯하고 모를 듯도 하지만 내가 기다리던 나였던 것 같다 경계하거나 반길 필요가 없다는 듯 까치들이 무리지어 난다 ―「다시 부재(不在)」 부분‘부재’라는 관념어는 이태수 시의 키워드 중 하나다. “내가 기다리던 나”는 ‘부재’의 상태이기 때문에 비극적이며 철학적이다. ‘나를 들려다보기’란 곧 ‘내 마음 들여다보기’이니, 아타락시아 또는 정념(正念)의 상태를 꿈꾸며, 그곳에 물이 고이고 별이 떠오르도록 기다려야 한다. “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그 끝에 이런 무심의 경지가 있다. 설익은 시 한 편 쓰고 연거푸 술잔을 기울인다 밤이 이슥하도록 그는 술잔을 비우게 한다 시를 더 다듬으려 애써도 거기가 거기일 뿐, 안 들리고 안 보이게 그는 지례 읊고 가버린 걸까 ―「그의 묵음(黙吟)」 전문시마에 빠져 사는 게 시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리라. “마음을 닫으려 해도 열리거나 / 열려 해도 닫혀버리기”(「유리문」)에, 그 고통스러움을 극복한 아타락시아 또는 정념의 상태에서 마음의 결을 빚어내는 천의무봉의 장인정신이 이토록 아름답다. 상선약수의 겸허함과 천의무봉의 꿈꾸기는 기실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며 이상이지 않던가. 두보보다는 이태백에 가까운 시인 이태수의 소탈한 진면목을 보게 되어 행복하다. 균형감각과 세태 풍자 이태수 시인은 슬럼프를 모르는 근면성과 아직도 술과 담배가 별로 줄지 않은 타고난 통뼈체력을 지녔고, 늘 단정한 정장차림의 기품 있는 신사다. 그런 그의 내면에 인간적인 자기연민의 고통과 불안과 우울이 웅크린 속내를 감추고 있다. “당신 노래와 실존철학 언저리를 맴돌았”(「배호와 나」)다고 젊은 날의 방황과 우울을 고백하는 시인은 놀랍게도 “단 한 곡도 빠뜨리지 않고 따라 하다 보니 / 내 목소리도 병색이 짙어지는 것 같더군요.”(같은 시)라고 한다. 그가 ‘배호 덕후’가 된 것은 일종의 자기연민의 심리기제다. 기억과 추억들은 망각의 지층에서 싹이 돋아 현재에 꽃핀 것들이다. 「어느 저녁, 불현듯」에서처럼 시인은 “저녁 숲길을 걷다가 불현듯” 덧나는 상처 같은 “오래된 아픔”을 불쑥 만난다. 중요한 것은 ‘불빛’이다. 어둠 속에 따뜻하게 빛나는 “마을의 불빛”이다. 내 구두는 균형이 깨지곤 합니다 오른쪽의 뒤축은 오른쪽이 더 닳고 왼쪽의 뒤축은 왼쪽이 더 닳습니다 그러나 구두 탓은 아닙니다 순전히 내 탓입니다 살짝 팔자걸음이라서 오른발은 우편향이고 왼발은 좌편향이어서 그렇게 되고 맙니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구두」 부분살아가면서 “온몸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마음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고 믿었는데, “구두를 벗어 들여다보며” 한쪽으로 더 닳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민망해한다. 이내 “구두는 염치를 가르쳐주는 / 자성의 거울”이었다는 이 훈훈한 내용 속에서도 팔자걸음인 “순전히 내 탓입니다”라고 자책하는 걸 잊지 않는다. 시인의 근황은 「칩거 며칠」에 그려져 있듯 “아무래도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혼자라도 “다시 마음 다잡기” 위해 “누웠다가 앉았다가 섰다가”, “자다가 깨다가 꿈꾸다 말다가” 하며 칩거한다. 그 이유가 “아무래도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 그렇게는 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눈을 떠도 감아도 헛도는” 세상을 버티는 방법이 겨우 “내키지 않는 길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낙향한 저 윗대 할아버지*1는 배꽃 위에 달빛 희게 내리고 두견새 슬피 우는 한밤중에 홀로 나라 걱정, 임금 걱정 ‘일지춘심’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더군요 또 한분 윗대 할아버지*2는 까마귀가 검다고 비웃는 백로를 향해 겉 희고 속은 검다고 질타했지요 요즘은 두 할아버지 심경이 세삼 가슴 치는 세상입니다 ―「다시 세상 타령 1」 전문 이조년의 「다정가」와 이직의 「까마귀 검다 하고」는 국민애송시다. 그 ‘윗대 할아버지’ 두 분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하다. 그는 두 선조의 시조를 풀어놓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비분강개하며 “새삼 가슴 치”고 있다. 뒤따르는 연작시도 “내 탓을 네 탓으로 뒤집고 / 반대로 네 탓을 내 탓으로 뒤집는 / 세상은 연옥 같습니다”(「다시 세상 타령 2」)라며 괴로워하고 있다. 더 노골적인 일종의 정치시 또는 세태풍자시다. ‘적폐청산’, ‘내로남불’ 같은 말을 떠올리게 되는 시들이다. 사물에 대한 대칭적 접근 이태수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포멀리즘과 사물에 대한 대칭적 접근’이다. 그는 <나의 시 쓰기>(『거울이 나를 본다』)에서 구체적으로 표현 기법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실내악이나 교향악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A-B-A' 형식”과 “맥락의 회화적(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시의 행과 연의 앞뒤 흐름이 대칭 구조를 이루도록 구성”한다. ‘A-B-A' 형식도 음악적 운율보다는 작품 전체를 조감할 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효과에 무게를 싣는다. 그 사람 떠나고 나서 뒷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앞모습보다 더 자주 떠오릅니다 앞을 내다보며 앞질러 살았는데도 뒷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남몰래 자신을 오롯이 바친 그 사람 걸어간 길은 남들에게 보이려 하기보다 드러내지 않으려 해서 그럴까요 안 보이듯 점점 뚜렷이 드러나서 날이 갈수록 그런 게 아닐까요그 사람의 뒷모습이 오늘도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그 사람의 뒷모습」 전문이 시는 봉긋한 젖무덤이 첫눈에도 느껴지는, 그것도 짝젖이 아닌, 옆에서 보면 조금도 처진 느낌이 없는, 예쁘고 건강한 유방이다. 이처럼 시의 형태미를 살려놓은 시는 이 시집에서 자주 눈에 띤다. 포구에 서 있는 팽나무 불콰한 황색 열매들 사이에 희미한 반쪽 낮달이 걸려 있다 고기잡이배들은 만선 꿈을 꾸는지 먼 바다 여기저기 가물거린다 팽나무 익은 열매 같은 얼굴빛의 악동들이 모여들어 깔깔대며 팽나무열매놀이를 한다 팽팽 나는 그 열매들과는 달리 갯바위 아래 붙박인 거룻배 한 척 어느새 낮달도 제 길 가버리고 포구의 팽나무를 바라보는 나만 우두커니 서 있다 ―「팽나무 있는 풍경」 전문 이 시는 행 길이를 대칭으로 맞추면서도 ‘3-2-3-2-3’ 형식을 취해 또 다른 시각적 형태미를 돋보이게 한다. 시인으로서 휴식기 한번 가지지 않고 부단히 시를 쓰고 시집을 출간해왔다는 것은 그의 시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언어적 실험의식이나 난해한 모더니즘으로부터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완만한 진화를 유지해왔다는 뜻이다. 이태수 시인은 초기의 실존적 방황 또는 낭만적 우울 속에서 비속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날아오르기의 꿈’과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길 찾기’를 거쳐, 80년대 중반부터는 ‘내려가기의 꿈’으로 바꾸어 꾸며, 남루한 현실 어딘가에 순결하고 명징한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키워왔다. 그리고 근래에 와선 꿈꾸는 자신을 객관화시켜 들여다보며 ‘뒤집어 꾸는 꿈’으로 시세계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뒤틀려 있는 현실과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늘 흔들리고 닳아간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이 비극적인 삶을 뛰어넘으려는 ‘초극의지’를 낮은 목소리로 꿈꾸듯 읊조리는 자아성찰이 이태수 시의 본질이자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가 꾸는 꿈은 시를 낳고, 다시 시는 초월을 꿈꾼다. 어떤 빛깔로든 꿈을 꾼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이다. 신화 속의 시시포스처럼 돌을 굴러야 하더라도 그는 내일도 꿈을 꾸고, 시를 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