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사과가 못났다고? - 정성화 수필집
사과가 못났다고?
  • ISBN
    978-89-5658-625-0 (03810)
  • 저자
    지은이: 정성화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222 p. / 140*200 / 한국어
  • 가격정보
    13,000원
  • 발행(예정)일
    2019.11.25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선우미디어
  • 키워드
    돼지 반근: 국어교과서 수록작가; 사과가 못났다고; 소금쟁이 연가;부산여성수필가
  • DOI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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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의 세번째 수필집으로 작가는 중학교 교과서(대교)에 <돼지고기 반근>이 실릴 정도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5부로 나누어 48편의 수필작품을 실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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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픈 것도 직무유기 ∙ 10오늘은 신문처럼, 내일은 신문지처럼 ∙ 15고등어 ∙ 20잎으로도 충분하다 ∙ 24새우깡 ∙ 29일요일 오후 4시 55분 ∙ 34섬망 ∙ 39슬기로운 생활 ∙ 44돌고래들의 의리 ∙ 49이런 사람입니다 ∙ 54chapter 2추억의 힘 ∙ 60부산에서 살아보니 ∙ 63‘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들 ∙ 66수필은 그물이다 ∙ 69맏이로 산다는 것 ∙ 72주홍글씨 ∙ 76막걸리 약속 ∙ 79돌아오지 못한 돈 ∙ 83얼반 쥑입니더! ∙ 87덤 앤 더머 ∙ 91chapter 3풍로초 2 ∙ 96바깥이 되어준다는 것 ∙ 100참 기막히던 시절 ∙ 104그 아이 ∙ 107‘미안하다’, 그 한 마디 ∙ 112다크 서클 ∙ 117소고기국 ∙ 122말은 입체다 ∙ 127도마소리 ∙ 131좌표(0.0)에서 ∙ 136chapter 4칼 ∙ 142골덴바지 ∙ 147‘~한 것 같아요’에 대한 유감 ∙ 151형님에게 ∙ 155부탁 ∙ 160종달새와 곰 ∙ 164어시스트 ∙ 167수학여행 ∙ 171가오리연 ∙ 176chapter 5사과가 못났다고? ∙ 182안녕하기가 힘든 나이 ∙ 187주황색에 대한 기억 ∙ 191자영업자를 생각하니 ∙ 195마음자루를 세우는 말 ∙ 200왜관 ∙ 204벤 다이어그램 ∙ 208큰 산은 봉우리를 기르고 ∙ 212
판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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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못났다고?1판 1쇄 발행 | 2019년 11월 25일지은이 | 정성화발행인 | 이선우펴낸곳 | 도서출판 선우미디어 등록 | 1997. 8. 7 제305-2014-000020 02643 서울시 동대문구 장한로12길 40, 101동 203호 ☎ 2272-3351, 3352 팩스: 2272-5540 sunwoome@hanmail.net Printed in Korea ⓒ 2019. 정성화값 13,000원 ※ 잘못된 책은 바꿔 드립니다.※ 이 책은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저자와 협의하여 인지 생략합니다.※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 (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CIP제어번호: CIPISBN 978-89-5658-625-0 03810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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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성화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태어났다. 대구여고와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에세이문학>과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으로 등단했다. 문학 중에서 수필이 맡은 역할이라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수필문학상’‘윤오영문학상’‘정과정문학상’‘김규련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금쟁이연가> <봄은 서커스 트럭을 타고>, <돼지고기 반 근>을 출간하였다.<부산문인협회>, <에세이부산>, <북촌시사>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jsh9517@hanmail.net
요약.본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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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문처럼, 내일은 신문지처럼>창가로 비쳐드는 아침 햇살과 신문, 그리고 향이 그윽한 원두커피 한 잔, 이것이 우리 집 ‘아침 3종 세트’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제 막 나온 것들’이라는 점이다. 내가 펼치는 면마다 햇살이 먼저 고개를 드민다. 저도 오늘의 기사가 궁금한가 보다. 키가 작은 커피 잔도 하얀 김을 전령으로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신문에 쏠리는 눈들이 아침을 더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신문의 기사는 대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의 온도는 오르락내리락한다. 한 건의 의안도 가결하지 않은 채 회기를 넘긴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생각하면 열이 나고, 내수경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기사에는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러다가 사회면에 들어가 누가 온정을 베푼 사연을 읽고 나면 다시 마음이 뜨듯해진다. 허투루 쓴 기사가 없다. 가끔 두 면에 걸친 전면 광고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 또한 신문사의 허리를 받쳐주는 힘이라 생각하며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신문은 그날이 지나가면 ‘신문지’가 된다. 이게 또 매력 덩어리다. 신문이 갓 시집 온 새댁 같다면 신문지는 살림꾼이 다 된 아낙과도 같다. 못 하는 게 없고 가리는 일이 없으며 궂은일일수록 두 팔을 걷어붙인다. 콩나물이나 멸치를 다듬을 때, 어쩌다가 주방 바닥에 식용유를 쏟았을 때, 중국 음식이 배달되어 왔을 때, 소포 박스에 어정쩡하게 남은 빈 공간을 채울 때 등, 그때마다 신문지가 나선다. 가구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 싶을 때에도 야무지게 접힌 신문지가 들어가서 평형을 맞춘다. 신문지가 우리 집 해결사다. 구겨지고, 접혀지고, 잘리고, 뭉쳐지면서, 제게 맡겨진 일을 잘도 해낸다. 사람의 일생도 그런 것 같다. 젊어 한때 주목받는 ‘신문’이 되지만 곧 ‘신문지’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게 아닐까. 내가 ‘신문’으로 살았던 때를 꼽는다면, 아마 첫 부임지에서 근무하던 시절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초임교사로서 꿈도 많았고 할 일도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게 즐거웠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은 ‘조간신문’이었다. 항상 일찍 출근하는 것을 빗댄 별명이었다. 동료들에게 다소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나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신문’하면 성실함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별명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종종 내 자신에게 묻곤 했다, 매일 새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지, 모든 아이들에게 공정한지를.아무리 멋진 옷이라도 내 몸에 맞지 않을 때는 벗어놓을 수밖에 없다. 학교를 그만 두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느 일요일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세 살 된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한껏 억양을 살려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자꾸만 내게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뒤틀었다. 그러더니 걸레 하나를 손에 들고서 거실 유리문에 붙어 서서 유리를 닦는 게 아닌가. 저를 돌봐주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하는 양 그대로였다. 그 다음에는 걸레를 뒤집어 거실 바닥도 닦고 식탁 의자의 다리도 닦았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교직을 그만 두고 나니 한동안 공허하고 울적했다. 애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 힘겨웠다. 그러나 나는 분명 이전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었다. 가끔 ‘119대원’이 되어 시댁이나 친정으로 출동도 하면서. 내가 그렇게 바뀐 데에는 시어머니의 영향이 컸다.어머님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참 바쁘게 사셨다. 너무 바빠서 죽을 새가 없다고 하셨다. 어머님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식이 많다는 걸 항상 기쁘게 생각하셨다. 중풍으로 병원에 입원한 딸의 병간호를 위해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숙식을 한 적이 있다. 집을 팔려고 내놓은 둘째딸 집에 가서 부동산 사무실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며 그 집 강아지와 함께 두 달간 집을 지킨 적도 있다. 노환으로 더는 기동을 못하게 된 어머님을 뵈러 갔더니 누운 상태로 당신 배 위에다 깻잎 소쿠리를 얹어놓고 깻잎을 차곡차곡 챙겨 실로 묶고 계셨다. 깻잎 김치를 좋아하는 며느리를 위해서라고 했다. 손가락에 남은 마지막 힘까지 가족과 집안을 위해 다 내어주는 어머님을 보면서, 나는 문득 신문지의 마지막 한 장을 떠올렸다.잘 살다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죽고 난 뒤에 그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잘 산 삶이 아닐까. 그리고 신문지처럼 자신이 가진 것을 이 세상에 다 내어주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삶이 아닐지. 오늘은 신문처럼, 내일은 신문지처럼 살다 가는 것은 어떨까. 매일 아침 문 앞에 놓인 ‘세상’을 집어 들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사과가 못났다고?>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에 매일 빵이나 과자를 가져와서 자랑하듯 먹는 아이가 있었다. 어쩌다가 사탕 몇 개 정도의 군것질을 하던 우리에 비해 너무나 풍족해 보였다. 어느 날, 친구들이 그 아이에 대해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 나이 육십이 다 된 그애 아버지가 자전거로 막걸리 배달을 다니고, 그애 엄마는 집에서 비단 홀치기를 한다고 했다. 홀치기는 육·칠십 년대에 유행하던 부업으로, 수많은 점들이 찍힌 비단을 오비틀에 걸고 꾸리를 돌려 그 점 하나 하나를 홀치는 일로써 고된 작업이었다. 그애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하교 길에 그애 아버지를 봤다. 커다란 짐자전거에 막걸리 통을 네 개나 매단 채 거의 선 자세로 힘겹게 페달을 밟고 있었다. 목에 두른 타월은 꾀죄죄했고 반백의 머리칼은 성글었다. 자전거가 빨리 달릴수록 고리에 매단 막걸리 통들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뒤따르던 차가 ‘빵’ 하고 클랙슨을 울리자, 자전거는 길 한 쪽으로 비켜서며 크게 휘청거렸다. 그 다음 날, 2교시를 마치자마자 빵을 꺼내 먹고 있는 그애에게 다가갔다.“어제 너거 아버지 배달 나가시는 거 봤다. 니는 너거 엄마 아버지 생각은 안 하나?”빵을 입에 문 그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 자리로 돌아와 그애 쪽을 보니 책상에 엎드려 우는 것 같았다. 반의 여론이 그애 편으로 기울었다. 그애의 군것질을 두고 수군대던 아이들이 이젠 나를 두고 수군대었다. 우리 집이나 그애 집이나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럼에도 군것질을 일삼는 그애가 철이 없어 보여 그저 한 마디 했을 뿐이었다. 아니, 내 속에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군것질거리로 아이들을 주위에 불러 모으는 게 얄미워서, 그애가 두르고 있는 ‘포장지’를 찢어발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애는 자기 아버지가 막걸리 배달을 다니는 걸 반 친구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내가 사과해야 할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라면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다음 날 저녁, 그애를 만나러 갔다. 막걸리가 허옇게 말라붙은 자전거가 대문 옆에 세워져 있었다. 그애가 대문 밖으로 나왔다. 친구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뛰어나왔다가 나를 보고는 실망과 어색함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지었다.“어제 일 미안하다.”“…….”그애는 얼굴을 돌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그애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그제야 실감났다. 다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자존심이 내 목젖을 움켜쥐었다. 그때 그애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알겠다.”불투명한 말이었다. 아직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은 아니지만 미안해하는 너의 마음은 알겠다는 의미로 들렸다.어떤 말을 내뱉기 전에 세 개의 문을 통과시켜 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라고 묻는 문이다. 내가 그 아이에게 한 말은 첫 번째 문만 통과했다. 그애에게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부족했다.사과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다. 각자의 생체리듬이 다르듯, 우리 ‘감정시계’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가 가라앉는데 걸리는 시간, 오해가 풀리는 데 걸리는 시간, 아픔을 극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사과를 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상대를 원망할 일은 아니다.돌이켜보면 내가 사과를 받아야 할 일인데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경우도 있고, 내가 사과를 떼어먹은 적도 있다. 쑥스러워서,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상대방이 거절할까봐, 굳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등의 이유가 있었다. 대개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이 ‘나 못났다’라는 말과 같은 뜻인 줄 안다. 그래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입을 다문다. 그러나 진정어린 사과를 받고 나면 저절로 나를 돌이켜 보게 된다. ‘내가 그동안 상대방을 너무 미워하거나 원망했던 건 아닐까. 정말 나의 잘못은 하나도 없을까?’하며. 때로는 사과를 주고받은 후에 한결 돈독한 정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사과에도 과일 사과처럼 작은 씨가 들어있어서 새로운 정을 싹 틔우게 해주는지도 모른다.어스름이 내리는 시간,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오면서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짓은 하지 말자고, 그리고 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할 상황을 만들지 말자고.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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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의 수필 세계를 떠받치는 중심 기둥은 비유다. 풍성하고 기발한 그의 은유는 독자를 감동의 세계로 유인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은유의 힘이 세부적인 문장에서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구조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는 은유를 통해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정성화 만큼 은유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수필가는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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