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이주란 소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ISBN
    978-89-546-5872-0 (03810)
  • 저자
    지은이: 이주란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302 p. / 133*200 / 한국어
  • 가격정보
    정가 16,000원
  • 발행(예정)일
    2019.11.25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문학동네 - 홈페이지 바로가기
  • 키워드
    한국문학,한국소설,단편소설
  • DO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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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한 사람을 위한 마음 000넌 쉽게 말했지만 000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000일상생활 000사라진 것들 그리고 사라질 것들 000준과 나의 여름 000그냥, 수연 000나 어떡해 000H에게 000해설|권희철(문학평론가)한낮의 우울 000작가의 말
판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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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소설집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2019초판인쇄 2019년 11월 20일초판발행 2019년 11월 25일지은이 | 이주란펴낸이 | 염현숙책임편집 | 김영수 편집 | 김봉곤 강윤정디자인 | 김현우 유현아 마케팅 | 정민호 박보람 나해진 최원석 우상욱홍보 | 김희숙 김상만 오혜림 지문희 우상희제작 | 강신은 김동욱 임현식제작처 | 펴낸곳 | (주)문학동네출판등록 | 1993년 10월 22일 제406-2003-000045호주소 |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전자우편 | editor@munhak.com대표전화 | 031) 955-8888팩스 | 031) 955-8855문의전화 | 031) 955-3576(마케팅), 031) 955-2679(편집)문학동네카페 | http://cafe.naver.com/mhdnISBN 978-89-546-0000-0 03810* 이 책의 판권은 지은이와 문학동네에 있습니다.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양측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 도서의 국립중앙도서관 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CIP 제어번호 : 2019000000)www.munhak.com문학동네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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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김포에서 태어났다. 2012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선물」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가 있다. 김준성문학상, 제10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요약.본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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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은 P의 결혼식이었다. 나는 그날 출근을 해야 했는데 결혼식 시간이 임박해오자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사장님 부부에게 사정을 말하니 바로 퇴근을 시켜주었다. 거리가 꽤 되었는데도 다행히 늦지 않게 참석할 수 있었다. P는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활짝 웃고 있었다. 신혼여행은 뱃속의 아이가 안정을 찾고 나면 하와이로 갈 예정이며 신혼집은 반포라고 했다. 오늘 정말 예쁘다고, 너무 축하한다고 내가 말하자 너도 얼른 가라고 P가 말했다. 나는 웃음을 지어 보인 뒤 집으로 갔다. 결혼식이 끝날 때쯤 갑자기 퍼부은 소나기 때문에 당황하고 있던 걸 거의 일 년 만에 만난 고교 선배 N이 집까지 차로 태워다주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몸은 편했지만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N과 나는 작년 여름 장례식장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고교 시절 함께 절친했던 선배가 자살을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날 했던 이야기의 대부분을 반복해서 다시 했다. 그리고, 그날 P는 안 왔잖아?N이 물었고,네. 일이 바쁘다고.내가 대답했다. 선배의 부고를 알렸을 때 P는 답장이 없었지만 다음날 오래전 선배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SNS에 장문의 추모글을 올렸었다. 워낙 바쁘게 살고 있어 그런가보다 생각했었는데,삼십 분이면 올 수 있지 않아? N이 물었다. 그게 P가 사는 곳과 장례식장 간의 거리를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니란 건 알았다. 오빠는 결혼생활 어떠세요? 그냥 남들 같지 뭐. 그러고 나면 P의 남편(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대한 이야기나 결혼을 하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했던 P의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있었는데 어쩐지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못하고 집에 도착했다. 갑자기 내린 비에 대한 이야기와 미세먼지, 우울증과 마그네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튼 집에 와서는 냉장고를 뒤져 이것저것 먹었다. 나는 <나는 자연인이다> 세 편을 연이어 보다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P가 올린 추모글을 다시 찾아 읽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썼다. 자연인 이모, 안 자? 송이가 귀와 몸이 긴 토끼인형을 안고서 방문을 밀고 들어왔다. 송이 깼어? 레나가 이모 얼른 잘 자래.송이가 내 팔을 베고 누워 말했다. 팔다리가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처럼 덜렁덜렁하는, 귀와 몸이 긴 토끼인형의 이름이 레나다. 꿰매줘야 하는데 매번 잊고 만다. 레나는 송이가 좋아하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이다. 나는 눈을 감고 언니를 떠올린다. 엄마와 함께 어려운 상황들을 헤치며 나름대로 즐겁게 자라던 우리들. 언니는 하얗고 나는 까맸던 우리들의 얼굴색과, 그러나 쌍둥이처럼 똑같이 입고 있는 옷 두 벌 같은 것들. 그리고…… 생각의 끝엔 항상 언니와의 마지막이 찾아온다. 기억은 언제고 멈추어야 하고 나는 그게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아니라 그저 좋았던 기억이고 싶다. 그러나 이미 언니와의 마지막 기억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다른 기억을 떠올린 뒤에야 겨우 잠들 수 있다. 어떤 순간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서 마지막을 연습하는 것처럼 나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낸다. 송이는 올해 삼학년이 되었고 나는 엄마 대신 송이의 담임 선생님과 학기 초에 이뤄지는 개별 상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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